"의사 집단행동 부적절, 전공의 복귀해야"

주영수 NMC원장 "환자 생명 볼모 단체행동 절망스럽다" 공공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부족' '증원 필요' 이견 없어

2024-03-18     병원신문
사진/연합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옹호하는 의사들의 태도는 현 사태 해결에 적절치 않다며,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특히 전공의들을 지지하며 집단사직을 결의한 의대 교수들에 대해 "절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주 원장은 3월 17일 국립중앙의료원(NMC) 연구동에서 '전문의협의회 성명문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성명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문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 과정을 마치고 내과, 외과 등 특정 진료과목에서 전문의 자격을 딴 의사들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 "정부가 현 사태의 주동자"라고 비판한 뒤 "현 사태에서 그들의 편에 서서 전공의들을 굳건히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으면 좌시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주 원장은 국내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으로 공공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으로 성명이 나온 데 대해 당황스러운 마음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라는 이름이 갖는 사회적 무게가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는 해당 성명이 전체 의료기관의 입장으로 인식될까 우려하는 입장에서 긴급하게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주 원장은 입장문에서 "현 의료대란의 원인에 대한 전문의협의회의 문제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전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서 위치와 무게가 상당한 국립중앙의료원의 이름을 넣어 성명을 발표하고, 비이성적 대응을 언급한 데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우리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위협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모든 전공의는 환자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전문의들에게도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선배' 전문의이자 스승인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결의하면서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의대 교수 대부분은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교원이 된 전문의들이다.

주 원장은 "현 상황에서 전문의들이 제자와 동료로서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알겠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집단행동을 옹호하는 태도는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어가는데 절대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 집단행동을 옹호하는 의사들이 '좌시하지 않겠다' '사직하겠다'는 건 진료 현장을 떠나겠다는 건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의사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의대 교수님들이 이렇게 얘기하시는 건 절망스러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끝까지 대화하고 설득해서 전공의와 정부가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의료계를) 쳐다보는 현 상황에서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현장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내놨다.

증원 규모 결정은 정부의 정책적 몫일 수 있다며, 다른 의견이 있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정상적인 프로세스 안에서 개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주 원장은 "병원들, 특히 공공의료기관은 현장에서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체감한다"며 "규모에 따라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공공의료기관장끼리 회의하면 의대 증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천명 증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정부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며 "규모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큰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면 이후 정상적인 정책 개선 프로세스에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게 이성적이고 민주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서로를 설득하는 가정에서 정부와 전문가, 공공의료기관의 입장과 역할이 있다"며 "그런 프로세스에서 문제를 푸는 게 맞지, 집단행동을 통해 우리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 환자 진료를 위한 최선의 역할을 지속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주 원장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최일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 모두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국민들의 기대에 적극 부응하면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변함없이 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공중보건위기 대응에 앞장서며 의료안전망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 맺음말에서 전공의들에 의사의 책임과 의무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 원장은 "의사라는 직업은 국가로부터 면허라는 대단한 독점적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우리의 책무를 다할 때 의미가 있다"며 "의사가 되는 길이 길고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게 개인의 노력만으로 된 거라고 보는 건 곤란하다. 그 과정에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은 많은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했다.

이어 "의사라는 직업의 무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환자를 등지지 말고 마주 보면서 지금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빠르게 복귀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복지부가 보건의료 재난 위기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데 따라 야간과 공휴일에도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다.

외래진료 시간을 오후 8시로 연장했고, 휴일에도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진료한다. 응급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24시간 운영 중이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수는 102명이고, 전공의 정원은 71명이다.

이달 15일 기준 전공의 71명 중 55명이 사직했다. 병상수는 499개로, 현재 중증환자 위주로 40%가량 가동 중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