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비용 국가 지원 및 인턴 2년제 개편 필요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 제도 개편 필요성에 '공감대' 형성 교육의 질은 우리사회 의료인프라와 직결, 국가 재정투자는 당연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수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사회가 부담하고, 수련교육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지난 70여 년간 큰 변화없이 지속된 수련교육 시스템이 이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가운데 수련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보건복지부는 3월 8일(금) 여의도 캔싱턴호텔 그랜드스테이션에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방향 논의를 위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이자 전북대학교병원장인 유희철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졸업후교육위원장인 이선우 교수(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해외 국가의 수련제도 현황 및 시사점’ 발제에 이어 양은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수석부원장(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이승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순천향대 중앙의료원 특임원장), 주재균 전남대학교병원 외과 교수, 보건복지부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이 참여한 가운데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행사에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는 기본적인 임상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수련체계를 질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며 “또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개편과 연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등 종합적인 전공의 근무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제자인 이선우 교수는 “전공의 수련기관을 주기적으로 인증하는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며 “수련기관에 전공의를 제대로 교육할 교육 담당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가 필요하며 또 병원 내에 수련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역 1차의료기관을 연계한 지역별 또는 컨소시엄별 수련을 통해 전공의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진료를 경험할 필요가 있으며, 전공의 수련비용 역시 사회에서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학교육 선진국에서는 지도전문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책임 지도전문의는 전체 근무시간의 80%, 지도전문의는 40%를 전공의 수련 교육에 할애하고 있으며, 핵심역량 교육과 역량중심 성과바탕 교육을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 전담전문의 확보는 물론 국가의 지원 또한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선우 교수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 인턴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명칭도 레지던트와 분리해서 (임상)수련의로 변경하고, 레지던트는 전공의로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 1년인 인턴 수련기간을 2년간 역량바탕 프로그램으로 개편하고, 레지던트 수련기간은 3년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련에 필요한 비용 역시 국고에서 지원하고,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국가 수준의 인턴 수련제도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1차진료의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국민에 대한 약속이며 인턴 수련은 개별 수련병원 단위가 아닌, 범국가적인 표준 수련표준 수련프로그램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며 인턴 수련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물론 수련 비용 역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턴 제도는 1차 진료의사 육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므로 국가의 관심과 충분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의사 면허와 진료자격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선우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도입을 시작한 EPA(Entrustable Professional Activity, 기본의학교육과정)의 경우 충분한 역량이 쌓이면 감독 없이 혼자서도 수행이 가능한 직무수행단위로 국내에도 EPA 수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문제는 역시 돈이다. 전체 의료비의 1%, 아니 0.5%만 전공의 교육에 투자한다면 모든 이득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국가에서 지원을 하면 의사들이 환자들을 더 열심히 진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우 교수는 또 “인턴 수련기간을 2년으로 늘리면 전공의 수련기간을 1년 정도 줄여도 수련의 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토론에 나선 양은배 부원장은 “전공의 수련은 우리 사회에서 높은 사회적 수입을 가져오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전공의가 수련을 잘 받으면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전공의 수련을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잘 교육시켜야 우리 사회의 의료인프라가 탄탄해진다는 것.
그는 “전공의 수련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한다면 이에 대한 국가의 재정투자는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며 “전공의 특별법 제3조에서도 국가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어떤 부분에 어떤 재정 지원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수련병원에 의과대학 학생이 수련을 나오면 의사들의 생산성이 30~40%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고, 전공의 수련병원이 그렇지 않은 병원보다 비용도 36%나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다”며 “전공의를 수련하는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 부원장은 “연간 전공의 1명을 길러내는 데 8,200만원이 들어간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조 9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와 관련해 양 부원장은 지자체와 국민의 부담 의지가 중요하다며 미국의 경우 전공의 수련에 대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에서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공의 수련병원은 수련을 잘 하는 병원이 지정돼야 하며, 앞으로 전공의 수련병원이 수련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은배 부원장은 “전체 전공의의 36%가 적절한 교육을 못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그 배경은 수련병원의 정체성 문제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수련병원을 수련병원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련병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필요하다면 통합도 하고, 축소도 하고, 네트워크 수련모델도 만들면서 새로운 수련병원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는 게 양 부원장의 시각이다.
또 전공의 수련을 잘 하고 싶어도 환경이 여의치 않은 만큼 지도전문의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도 지도전문의가 전체 근무시간의 40%는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용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전공의 수련 관련 제도개편과 관련해 규제나 통제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따라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며, 제도 마련 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은배 부원장은 “전공의 수련제도와 관련해 이미 많은 논의를 통해 합의한 부분이 있다”며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수련병원 전문의 중심 운영, 수련 내실화, 비용 지원, 전공의 권익 강화 등이 있으며, 앞으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역할이 기대되며, 특히 한시적이 아니라 상설위원회로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은배 부원장은 “인턴 수련기간을 2년으로 늘린다면 전공의 수요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는 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인턴과 레지던트 선발 시스템에서 희망하는 수련지역과 수련병원, 수련과목 선택에 대한 제도 보완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승구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높은 의료수준과 각 학회별로 잘 마련된 수련 교과과정에 비해 전공의는 물론 지도전문의들이 교육보다는 업무의 비중이 더 높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그 이면에는 박리다매 구조와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이 있다며 잘 배울 수 있는 환경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전공의의 업무 비중을 줄이고 교육과 수련에 60~70% 이상을 할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구 교수는 인턴 2년제 개편과 관련해 “인턴 수련기간 확대에 앞서 선행적으로 교육 주체와 교육 콘텐츠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순천향대 중앙의료원 특임원장)은 전공의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단축됐지만 여전히 극악한 환경에서 수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의학교육이 도제제도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공의들이 힘든 것은 도제제도가 시스템화되는 변화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보이며, 늦었지만 빨리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무엇보다 수련시간이 단축돼야 하며, 전공의를 도제제도의 훈련생이 아니라 우리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에 대한 기본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보고 인턴 2년간 정부 차원 교육과 지도 하에 기본적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열악한 상태의 도제제도와 유사한 환경보다는 시스템적으로 근무시간도 줄이고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그에 동반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전공의들의 업무 로딩을 줄여야 교육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즉, 불가피하게 의사들이 해야 하는 업무들이 전공의들의 학습시간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개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인턴 2년제와 관련해 “외과의 경우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년 제도인데 이는 최근의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시행됐던 제도”라며 “수련에는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있는 만큼 1+3 시스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이사장은 또 “이제는 전공의를 그 병원 소속이라 여겨서는 안 될 것”이라며 “수련은 물론 필수의료를 위해서도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한 공통수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응진 이사장은 “필수의료 분야 수련을 마쳤을 때 종합병원 이상 필수과는 병상당 필수전문의 수를 정해줘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전공의들이 수련 이후의 진로를 우려하지 않을 것인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수련병원의 입장에서는 국민과 환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의사면허를 딴 전공의들이 수련을 위해 교수들이 하는 행위를 대신 수행하는 것인데 전공의들의 행위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있고, 동의를 안 하는 환자들도 일부 있는데 국가차원의 홍보를 통해 수련병원이 차세대 의사인력을 길러내는 기관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주재균 전남대병원 외과 교수(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는 “인턴들은 의사고시 합격을 위한 질환별 교육은 잘 돼 있지만 실무에서의 술기교육은 부족하다”며 “따라서 병원은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 재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국가에서 이에 대한 비용 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턴교육이 업무 과다로 중도에 그만 두는 경우도 많고 필수의료나 자신이 원하는 진로 선택보다는 (전문의의 길을 포기하고) 피부미용이나 보다 수월한 분야로 가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병원 측도 한계를 많이 느끼는 만큼 국가적인 시스템과 평가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주 교수는 전공의의 경우도 전문의 시험에 대비한 훈련만 하고 실제로 수련기관의 환경적인 측면이나 수련병원의 역량을 평가하지는 않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더라도 전문의를 재교육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주재균 교수는 말했다. 재교육을 통해 임상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비용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전공의 임상역량 강화 및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구축과 근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의견에 대해 정부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전공의 정책에서 추구하는 목표지향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건복지부는 할 수 있는 것은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추가 검토가 필요한 과제는 논의를 통해 구체화해 나가겠다”며 “복지부는 2023년 전공의협의체와 전공의수련정책협의체를 마련해 깊은 토론과 논의를 진행했고 당시 나온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 지난 2월 발표한 의료개혁 4대과제 중 의료인력 양성과제에 일정부분 반영됐지만 더 보완이 필요한 과제는 추가검토 및 상의를 해서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 과장은 또 “올해 2월 전공의특별법이 개정돼 주당 80시간 근무시간과 연속근무 36시간이 완화됐고, 보다 충실히 완화하기 위해 전공의 및 전문가들과 만나 구체화해 나가는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수련병원의 책무성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련병원이 전공의에 의존하면서 진료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수련교육에 집중하면서 내실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양수 과장은 이어 “수련환경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지난 70년간 유지됐던 수련제도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 연구 등이 많이 필요한데 지난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련제도개선TF에서 현재 시스템은 문제가 많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많은 이해관계와 쟁점들이 많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하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이를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양수 과장은 “오늘 전문가들의 정책제언은 전공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