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비 증가, 제도 운영상 문제로 봐야

2023-06-19     병원신문

행위별 수가제를 근간으로 한 진료비 지불체계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행위별 수가는 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후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계산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의 질이 유지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진료비 제어 기능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의료비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한 값인 진료수가에 의료이용량을 비례시켜 증가되기 때문에 아무리 진료수가를 통제해도 의료이용량이 증가하면 대책이 없다.

정부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적용하는 포괄수가제와 포괄수가에 행위별 수가를 가미한 신포괄수가제, 요양병원을 비롯한 일부 유형에서 일당정액수가 등 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험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정부에서 수가를 정하는 고시가제도에서 의료공급자와 협상을 통해 수가를 결정하는 환산지수 계약으로 전환한 이후 건강보험 진료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게 정부당국의 분석이다.

진료비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경상 의료비는 오는 2030년 GDP의 16%에 해당하는 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정부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가격결정체계를 포함한 총체적 개혁 수준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의료의 질과 비용효과성을 반영해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축에서 의료이용량 증가를 불러온 실손보험의 경우도 공사보험 연계나 혼합진료 금지같은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의료비 증가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 운영상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의료이용량이 증가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없는 수가 수준과 국민들의 구미에 맞춘 보장성 강화와 의료 접근성에 치중한 정책의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수 있다.

진료비 지불체계 개편에 앞서 의료기관 유형별로 기능을 정확히 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의료기관 각 유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개편하고 의료이용량 억제에 제대로 된 보상을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