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 다학제진료 선도, ECMO 환자 생존율 ‘세계 Top Tier’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및 중증치료센터 개설 10주년 국내 선도하는 놀라운 성과에 주목

2023-03-27     박해성 기자
사진 제공 : 삼성서울병원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중환자의학 및 ECMO치료의 다학제진료를 선도해 온 삼성서울병원이 중환자의학과 및 중증치료센터 개설 이후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우리 사회에 놀라운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병원장 박승우) 중환자의학과는 최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마련하고 그 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지영·박치민·양정훈·정치량 중환자의학과 교수가 자리했다.

■‘세계 Top Tier 도약’ 목표로 시작해 국내 중환자의학을 선도하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2013년 1월 1일 ‘20년 내에 세계 탑티어 도약’이라는 비전으로 개설됐다. 그해 3월에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와 각 진료과별 담당 교수, 전문의, 전공의는 물론 간호사와 약사, 영양사까지 모두 참여하는 다학제진료팀이 구성됐으며, 전담전문의가 상주하는 24시간 진료가 시작됐다. 또한 8월에는 중증치료센터를 개설했다. 특히 2014년 ECMO 다학제팀이 구성되며 국내 중환자 치료의 선도자 역할을 해왔다.

중환자의학과는 △국내 유일의 전 중환자실이 진료과 중심이 아닌 다학제 중환자진료팀에 의해 운영되는 병원 △ICU 및 병실 환자의 급격한 악화를 대비해서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24시간 상주 진료 △국내 최초의 중환자 referral system을 통한 공익 이바지 △국내 최초 ICU 교육팀신설로 체계적인 교육 시행 등을 타 병원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환자들에게 ‘최적의 중증치료를 통해 다시 찾는 행복한 삶’을 제공한다는 슬로건으로 10년을 달려왔다.

그래프 : ECMO 환자 생존 퇴원율(%)

이의 중심이 되는 중증치료센터는 다학제로 구성된 중증치료팀, ECMO팀, 조기재활팀, 중증외상팀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해왔다. 특히 중증의학과가 설립(2013년)되고 다학제 ECMO팀이 구성(2014년)된 이후 2016년에는 ECMO 환자 생존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프>

ECMO(에크모)는 심폐부전이나 심정지 등과 같은 위급 상황에서 체내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어주는 장치를 말한다. 지난해에는 ECMO팀에서 에크모 치료 2,000건을 달성했다.

2014년 심장외과와 순환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체외 순환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인 ‘에크모팀’을 꾸린 이후 에크모 전용 이동형 중환자실 차량 개조 등 투자를 늘려 ‘중증, 응급 환자 치료 환경’을 개선해온 결과이다.

이와 함께 중환자 재활프로그램과 의료진 교육프로그램도 눈길을 끌고 있다.

중환자의학과는 환자들의 ‘생존 후의 삶’에 포커스를 맞춰 국내 최초로 중환자 재활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중증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환자들의 근 손실과 기능 손실을 최소화해 퇴원 이후 빠른 삶의 복귀를 지원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중환자 재활치료 방식으로 도입한 ‘ABCDEF 치료 프로토콜’은 △A(Assess, Prevent, and Manage Pain), 통증 평가·예방·관리 △B(Both Spontaneous Awakening Trials(SAT) and Spontaneous Breathing Trials(SBT)), 자발 각성과 자발 호흡 시도 △C(Choice of analgesia and sedation), 진통 및 진정제 선택 △D(Delirium: Assess, Prevent, and Manage) 섬망 평가·예방·관리 △E(Early mobility and Exercise) 조기 이동 및 운동 적용 △F(Family engagement and empowerment) 중환자 가족 참여 등을 적극 유도한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는 2014년 기준 섬망을 경험한 환자 평균 비율이 45%에서 35%로 감소되며 조기 중환자 재활치료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중환자의학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의 체계화에도 힘썼다. 중환자센터 교육팀을 구성해 △전공의 대상 중환자 연수교육의 확립 △중환자실 진료 프로토콜의 개발 및 개선 △필수적인 술기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교육 △필수 술기 인증제 확립(교육수련부와 협의 중) 등에 노력하고 있으며, 전공의 및 간호사 교육 기회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기대와 우려 속의 시작…국내 표준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내다

서지영·박치민·양정훈·정치량 중환자의학과 교수(사진 왼쪽부터)

현재 박치민 교수가 중환자의학과 과장 겸 중증의료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박치민 교수는 “국내 중증환자 치료에 시너지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우려 속에 중환자의학과가 개설됐다”며 “이후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국내 중증환자 치료 시스템의 많은 변화를 이끌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10년간 600여편에 달하는 임상결과까지 만들어내며 국내 표준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중환자실은 시설과 장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력의 전문화와 숙련도, 적절한 배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라며 “의료진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문의와 전공의, 간호사와 다학제 참여 직종군을 위한 연수강좌 등의 교육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며 이들이 집중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대 과장을 지낸 서지영 교수는 현재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서지영 교수는 “국내 중환자 치료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와 코로나19 같은 사회적 파장이 큰 팬데믹 상황을 거치며 중환자 진료체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제야 생겨나고 있다”며 “국민들이 그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의료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정부 또한 그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학회에서 항상 외치는 구호가 ‘선중완달’이다”라며 “‘선진국 수준의 중환자 진료체계를 완전히 달성하자’라는 우리의 의지가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정훈 교수는 심혈관계 중환자치료를 담당하며 미국심장학회지에 ‘전담전문의’ 배치와 다학제 진료를 통한 사망률 감소 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양정훈 교수는 “지역별, 병원별로 심혈관계 중환자의 사망률 편차가 너무 크다. 우리 병원의 경우 사망률이 30% 초반이지만, 3차병원 중에는 70%까지 기록되는 경우도 있다”며 “원내 인프라도 문제가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으로, 효율적 이송시스템 마련이라는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에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이어 “중환자 치료는 지속성 또한 중요한 만큼 의료진이 지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전에 연수를 다녀왔던 메이요클리닉의 경우 중환자 전담전문의가 20여 명에 달해 집중적인 치료가 가능한 환경이었으나, 우리나라 병원의 경우 전담전문의가 1명 정도인 실정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치량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미래의료를 선도하기 위해 조직한 디지털혁신추진단에서 혁신담당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치량 교수는 “최근 ICT, 딥러닝 모델 등을 활용한 질환 예측 모델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 병원도 3개과 정도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고, 원내에서 직접 개발 중인 조기예측 시스템도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 같은 디지털 솔루션은 특히 의료진과 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한 의료기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요한 것은 대응할 수 있는 팀이 조직돼야 한다는 것이다”며 “이 두 가지가 함께 성장해야 국내 중환자 치료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박치민 교수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개설된 중환자의학과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다학제의 시너지 효과와 중환자 사망률 감소라는 성과 등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며 “이는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국내 중환자의학 시스템을 한층 성장시키는 기준이 됐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그간의 과정과 성과를 담은 10년사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