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예한 갈등 속 쟁점 법안, 사회적 합의가 우선
국회법은 85조 2항에 법안처리가 무한정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2012년 5월 제18대 국회에서 국회법이 개정되면서 국회선진화법 일환으로 도입됐다.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를 위원장에게 제출하면 위원장은 지체없이 무기명투표로 표결을 거쳐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원회 심의와 법사위원회 검토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일명 패스트트랙이라 불리는 ‘안건 신속처리제도’ 절차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해당 상임위원회 심사가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줄어들게 되며 법사위원회에서 올라온 후 90일이 지나서도 의결이 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부의된다.
본 회의에서도 최장 60일간의 부의기간이 국회의장 재량에 따라 생략될 수 있다.
그동안 사회적 참사특별법과 유치원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등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처리된 바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현재 법사위원회에 1년 이상 계류 중인 보건·복지 법안 7건의 심사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간호계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료계 직종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간호법을 비롯, 살인·강도·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형 종료 후에도 5년간 면허발급을 제한하는 의사면허법, 건강보험 자격확인을 의료기관에게 전가하는 국민건강보험법 등이다.
모두 이해관계자간에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다툼의 여지가 많은 쟁점법안들이다.
보건의료계 직능별로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기존 법률로도 충분한 법안이나 더욱이 특정 기관이 책임져야할 업무를 의료기관들에게 떠넘기는 법률안까지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가며 왜 그렇게까지 빨리 처리하려 하는지 의문시된다.
법 체계상 자구·체계 심사라는 법사위의 심사절차가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다른 법률이나 헌법 등 관련법과 충돌하지 않는지와 법안에 적힌 문구의 적합성을 다루는 기능이다.
법사위에 오랫동안 계류돼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정 직능이나 기관에 유리한 법안을 충분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