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자 가족 불편 줄이고 기증 절차 속도 높인다
인재근 의원, ‘장기이식법’‧‘인체조직법’ 개정안 각각 대표 발의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제약 때문에 발급에만 평균 2.1일 소요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은 12월 8일 뇌사자의 장기 및 인체조직(이하 ‘장기 등’) 기증을 결정한 기증자 가족의 불편을 줄이고, 장기 등의 기증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 일부개정법률안’과 ‘인체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 제12조에 따라 가족 또는 유족 순서에 따른 선(先) 순위자 1인의 서면 동의서가 필요하다. 인체조직의 기증도 같은 조항을 준용한다. 따라서 장기 등의 기증이 진행되려면 선(先) 순위자를 확인하기 위한 가족관계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가족은 본인, 배우자, 직계가족으로 한정된다. 이로 인해 기증 현장에서는 기증자 가족의 불편과 기증 절차의 지연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형제·자매 등 4촌 이내 친족이 선(先) 순위자인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형제·자매 등 4촌 이내 친족이 뇌사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의료기관 소견서나 발급 협조 요청 공문이 필요하다. 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담당자가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인재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3년간 기증 동의 선(先) 순위자를 확인하는 데에만 평균 2.1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연평균 뇌사장기기증자 455명 중 형제‧자매, 4촌 이내 친족이 서면 동의서를 작성한 경우는 63명(14%)에 이른다.
뇌사추정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정지 발생과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증 절차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행정적 제약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나눠주는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뇌사자 가족이 어렵게 기증 결정을 했지만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신청과 거절이 반복되는 불편함으로 인해 결국 기증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에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이용해 가족관계등록전산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행정처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해당 권한의 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요청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개정안은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 또는 장기구득기관의 장, 국립조직기증관리기관 또는 조직기증지원기관의 장이 기증 절차에 필요한 증명서의 교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인재근 의원은 “기증자와 그 가족의 숭고한 결정이 행정적 제약 때문에 퇴색되는 상황이 생겨선 안된다”며 “개정안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헌신과 의지를 온전히 지키고, 기증자 가족의 불편을 줄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