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단독법 향한 의료계 분노 고조…‘일촉즉발’

간호법안 반대 10개 보건의료단체, 국회 앞에서 5백명 규모 궐기대회 개최 4월 임시국회서 법안 상정 시 ‘강경 투쟁’ 경고…철회 촉구하며 국회 압박

2022-04-19     정윤식 기자

간호단독법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계 단체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4월 임시국회 간호법안 상정 시 ‘배수의 진’인 강경 투쟁까지 선언하면서 일촉즉발에 놓인 모양새다.

간호단독법 반대 10개 단체 공동비상대책위원회(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는 4월 19일 국회 앞에서 ‘간호단독법 철회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약 5백명이 집결한 이날 집회에서 이들 10개 단체는 간호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건의 간호법안과 1건의 간호·조산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그간 코로나19 시국임을 고려해 릴레이 1인 시위, 소규모 기자간담회 등으로 대응했던 것과 달리 10개 단체의 대규모 첫 집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간호법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선,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안은 모든 보건의료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국가 감염병 사태의 대응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를 위해 모든 직역이 총력을 다 해야 하는 이 어려운 시국에 끊임없이 간호단독법 제정이 시도되고 있다”며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등 수많은 직역의 보건의료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 함께 고생한 만큼 처우 개선은 모든 보건의료 직역에 함께 이뤄져야 상식적이고 공정하다”고 말했다.

즉, 현행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 간호사 처우 개선 문제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회장은 “처우 개선을 빌미로 타 직역으로의 업무영역 확대를 꾀하는 간호단독법 제정 시도에 10개 단체는 분노하고 있다”며 “간호사에게만 이익이 되는 법안 제정의 불합리성과 불평등성은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수히 많은 문제점과 폐단을 안고 있는 간호단독법을 도대체 왜,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10개 단체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허울 아래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한 간호법안 철회에 사활을 걸겠다”고 천명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도 간호단독법은 72년 의료 역사를 지켜온 의료법의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 건강증진과 생명 보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악법이라고 일갈했다.

간호단독법은 제정취지, 추구방향, 주요 내용, 수혜자 등 모든 면에서 보건의료 발전과는 무관하고 간호사 직종의 이익만 앞세우고 있다는 게 곽지연 회장의 설명이다.

곽 회장은 “지금 발의된 간호단독법은 간호조무사를 배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간무사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고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간무사들은 일자리마저 잃게 될 것”이라며 “대한간호협회는 일선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을 간호단독법 제정에 이용하면서 정치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4월 임시국회에서 보건의료 10개 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간호단독법 심의를 강행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 의지로 투쟁할 것”이라며 “간무사가 배제되고, 보건의료단체 간 합의되지 않은,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안을 막기 위해 83만 간무사들은 총궐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간호사만을 위한 단독법안 제정 요구가 보건의료계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보건의료계 직역 단체의 사명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잘 보살피고, 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가족처럼 돌봄으로써 일상을 회복하도록 도와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인데, 불필요한 갈등에 휩싸여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성민 의장은 “함께가 아닌 나만을 주장하고 남의 고통을 외면하면서 홀로 안정을 욕망한다면 보건의료계는 분열을 거듭하다 결국 산산조각 부서질 것”이라며 “보건의료계의 갈등은 곧 국민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고, 사회 불안이 증폭돼 종국에는 보건의료계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지탄과 외면을 당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 의장은 또한 “만약 오늘 궐기대회를 무시하고 국회가 무리하게 법안 상정을 강행할 경우 10개 단체는 물론이며 14만 의사 모두가 단일대오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 회장) 역시 “국회 일정이 불분명하지만, 언제 기습적으로 상정될지 알 수 없다”며 “원팀으로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다른 보건의료 직역을 끝내 외면한 채 간협이 독단적으로 간호단독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는데,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의사회 하이디 스텐스마이렌(Heidi Stensmyren)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간호법안이 심히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달, 궐기대회에 힘을 실었다.

이후 10개 단체는 결의문을 낭독한 후 간호협회에 간호법 제정 시도 중단을, 국회에 간호법 심의 철회를, 정부에 보건의료인 근무환경 개선 및 발전 도모를 위한 종학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는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을 비롯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최세환 회장 등도 참석해 간호법안 반대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