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 지역완결성 갖춘 공공병원 확충 필요
지방의료원법·국가재정법 개정·재원조달 등이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발간 정보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서 제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상황에서 공공병원을 확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순히 공공병원을 신증축하기 보다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공급에서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권역 및 지역 내에서 진료가 완결될 수 있는 공공병원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3월 21일 발간된 정보 소식지 ‘이슈와 논점’에서 ‘진료의 지역완결성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과 재원조달을 위한 투자기금 마련 등을 향후과제로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방역 당국은 신규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위중증 환자 치료를 전담할 병원 및 병상 확보에서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이럴 때마다 행정명령을 시행하여 민간병원에 병상 확보를 지시했지만 시설공사가 지체되는 등 신속 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만간 감염병 공중보건 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어 공공병원 확충과 공공의료체계 기반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는 민간을 중심으로 의료 공급체계가 편성돼 기대 수익이 높은 특정 진료과목이나 수도권 중심으로 병·의원이 집중돼 있다”며 “이로 인해 지역 내 실제 의료수요와는 별개로 서비스가 과잉 또는 과소 공급되는 불균형이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조사관은 “코로나19 치료처럼 필수적 의료이지만 수요가 상시 발생하지 않는 분야도 민간병원은 서비스 제공을 기피한다”면서 “수적으로 미미한 공공병원이 이러한 수요공급 불균형 영역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0년 연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병원중 공공병원 비율은 5.4%, 전체 병상수 중 공공병상 비율은 9.7%로 2010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회원국 평균 공공병원 및 공공병상 비율 55.2%, 71.6%와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규모 면에서도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300병상 미만의 중소형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2020년 말 기준 40개 지역거점공공병원(지방의료원3) 34개소, 적십자
병원 6개소) 중 300병상 미만이 33개소(82.5%)이다.
김 입법조사관은 “이러한 중소규모 병원은 응급·중증환자 치료 역량에서 한계가 있다”면서 “공공병원의 역할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 제공이나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의료 제공에만 한정해선 안되며 공공병원은 표준진료 및 모델병원,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 전염병 및 재난 대비 의료기관으로서 그리고 정책집행 수단 및 시험대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 지난 2년 동안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전체의 3분의 2 이상(68.1%)을 치료했고 정부가 지정한 감염병 전담병원 87개소 중 62개소(71.3%)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를 제공해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의료법)’을 제정해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 공급체계로 인한 과잉진료, 필수의료 공급 감소, 저소득층 진료 기피 등의 문제를 해소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료접근성과 관련한 지역·계층별 격차가 더욱 증가하고, 일부 필수의료의 경우 공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에 2005년 공공의료 공급을 30%까지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수립, 2009년까지 4조원 규모의 투자 등을 추진키로 했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공병원 비율을 높이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2012년 공공의료법을 개정해 의료기관을 소유 주체에 따라 공공과 민간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면 ‘공공의료’로 간주하는 것으로 개념을 전환하고 민간의료기관에 예산 등을 지원할 근거가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이 5년마다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통해 수립된 제1차 기본계획(2016~2020)은 분만 의료취약지에 분만 산부인과를 설치·운영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것과 산모집중치료실과 신생아집중치료실을 확충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권역별 외상센터 확충과 응급의료 이송체계 강화,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등을 포함했다.
또한 감염병 전문병원을 중앙(국립중앙의료원)-권역(국립대병원, 3~5개소)별로 지정하여 비상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국립중앙의료원(중앙)-국립대병원(권역)-지방의료원(지역) 간의 연계 강화를 포함시켰다.
김 입법조사관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에 소유 주체 기준 공공의료 비중은 공공병원 5.8%에서 5.4%로, 병상 수 10.5%에서 9.7%로 더욱 낮아졌다”며 “이러한 지표를 근거로 보면 제1차 기본계획은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하여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급성질환 치료 목적으로 종합병원급 이상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관내 이용률을 중진료 단위로 분석했을 때 현재 지역 간 편차가 크다”면서 “입원환자의 거주지 외 이동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변수는 병원 규모인 것으로 보고된 바 공공병원 증축을 통해 중진료권 단위로 적정한 서비스가 지역 내에서 충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되는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는 공공병원과 관련해 기존 공공병원에는 시설・장비 등을 계속 지원하고, 공공병원이 부재하거나 부실한 지역에는 지방의료원 등을 20개소 이상 신·증축할 예정이다.
또한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70개 진료권에 지정·운영함으로써 ‘지역 완결적 필수 중증의료 보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진료의 지역
완결성이란 의료수요가 발생한 해당 지역 내에서 적정수준의 진료가 제공됨으로써 의료수요가 충족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16개소를 20개소로 확대하고 국립중앙의료원과 7개 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을 지정해 대규모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국가 병상 동원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며 감염병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해 중앙-시도-기초 간에 신속한 연계를 갖출 예정이다.
결국 제2차 기본계획의 특징은 ‘진료의 지역완결성’을 강조한 것으로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치료가능한 사망률’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응급의료의 경우, 거주지역 내에 응급의료기관이 존재할 때 진료의 지역완결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시도별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30분 내 도달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의 지역간 차이를 좀 더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이유로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공급에서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려면 권역 및 지역 내에서 진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공공병원을 갖춰야 한다게 김 입법조사관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김 입법조사관은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향후 과제로 무엇보다 급성질환 입원의 관내충족률이 낮거나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진료권에 먼저 공공병원을 증축·신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의 병상 규모 확대와 기능 강화를 고려할 수 있다며 현재 지방의료원 35개소(종합병원 30개소, 병원 5개소)가운데 3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 27개소를 300~500병상 이상으로 증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에 근거해 현재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의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사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점과 관련해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 평가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공공병원 신축·증축 추진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공병원 설립 등을 추진할 때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서는 재원조달이 관건이므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지방비와 국고의 매칭 비율을 조정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해 공공의료 투자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 등을 향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입법조사관은 “중증응급환자나 감염병 위중증환자의 경우, 사망률을 낮추고 감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환자의 이동거리가 최소화되어야 하므로 진료의 지역완결성 보장은 중요하다”면서 “‘지역 완결적 필수중증의료 보장’은 지방분권 강화와 국토의 균형발전 관점에서도 실현되어야 할 과제인 만큼 의료공급의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70개 중진료권에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적정 규모의 공공병원을 고르게 배치하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