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와 낮은 수술 수가에 ‘사기 바닥’ 정형외과

이태연 정형외과의사회장, “대학병원에서 수술방 배정 못 받는 일 있어”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자정 선언 계획 중…회원 자격 박탈까지 고려

2021-11-29     정윤식 기자

수술실 CCTV 설치법과 낮은 수술 수가 등 정형외과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젊은 의사들 즉, 전공의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11월 2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21년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날개병원)은 다른 과에서 바라볼 때 큰 어려움이 없어 소위 ‘잘 나가는’ 과로 인식된 정형외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선, 다른 외과계보다 저평가돼 낮게 책정된 수술 수가다.

이태연 회장은 “정형외과학회가 최근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상급종합병원급 대학병원에서 환자당 정형외과 수술 행위 수익이 타 외과의 40%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술을 할 때마다 10~20%씩, 수가만 두고 봤을 때는 30~40%까지 손해다”라고 강조했다.

즉, 병원 측에서 정형외과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만 쌓여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안 그래도 중증도 문제 때문에 찬밥 신세인 정형외과가 최근에는 수술방 배정조차 받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로컬 병원이야 비급여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대학병원에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자 자괴감에 빠진 의료진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비급여 때문에 정형외과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 지금처럼 낮은 수술 수가만으로는 비급여가 사라졌을 때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

아울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통과되면서 정형외과에 몸담고 싶은 후배 의사들이 줄어든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게 이태연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외과계를 기피하는 다양한 이유 가운데 수술 이후 소송 등 법적인 문제 때문에 환자와 다툼이 생기는 것에 대한 정신적 고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설상가상 외과 의사들의 자존심을 저하하는 수술실 CCTV 법안까지 통과되는 바람에 전공의들은 이를 민감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단, 대리수술 등 수술장 안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만큼은 환자안전을 지키고 회원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정형외과학회 등과 함께 논의해 자정선언을 하겠다고 밝힌 이 회장이다.

그는 “의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불법 회원에 대한 제재 방안을 두고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누가 봐도 잘못한 불법행위는 의료계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 자격을 박탈하거나 개원을 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실제적인 규제를 내릴 수는 없지만, 학회 및 이사회 회원 자격 정지가 있다”며 “확정적인 불법행위로부터 다수의 선량한 회원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학회와 의사회가 함께 자정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