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크립

친숙하면서 낯선 공포, 크립

2006-05-23     윤종원

"크립(creep)"은 서민에게 친숙한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국산 공포영화.

흡혈귀나 악령 등 무섭지만 현실감이 떨어지는 소재보다는 세계 어디에나 있는 지하철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과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서 실력을 과시한 하이브리드 엔터테인먼트가 특수효과를 담당했고, 영화 "고스포드 파크"와 "러브 액츄얼리" 등에서 활약했던 아트디렉터들이 참여했다.

파티를 즐기던 케이트(프랭카 포텐테)는 미국배우 조지 클루니를 만나러 함께 가자는 친구가 먼저 가버리자 파티장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택시를 잡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지하철을 타기로 한 그녀. 늦은 밤 한산한 지하철 역에 들어선 케이트는 파티장에서의 술기운 때문인지 깜빡 잠이 든다. 잠시 후 눈을 떠 보니 모든 문은 잠겨 있고 텅 빈 역 안에는 혼자 남겨져 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플랫폼으로 지하철이 들어오고 케이트는 허겁지겁 지하철을 탄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 안. 왠지 모를 초조함과 불안감을 달래고 있는 순간 달리던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버린다. 설상가상으로 불까지 꺼져 어찌할 바 모르는 케이트 앞에 파티장에서 치근대던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그녀를 성추행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남자를 끌고 가고 처절한 비명소리만이 들려온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케이트는 비상통화기를 통해 지하철 경비대에 연락을 하지만 경비실장은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때 스피커를 통해 비명소리가 들리고 경비실장도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

영화는 지하철에 살고 있는 살인마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에는 비명소리와 함께 목과 다리를 자르고, 창으로 찌르고 하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극중 배경과 살인마에 대한 묘사. 영화는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방공호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100여 년 된 영국 지하철에서 촬영됐다. 현재는 폐쇄된 이 지하철에는 방공호와 병원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고.

그러나 이런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에게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하철 속 수술실이 낯설기만 하다. 또한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원인이 몇몇 장면을 통해 암시되기는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왜 살인을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롤라 런" "본 아이덴티티" 등에 출연했던 프랭카 포텐테가 주연을 맡았다.

6월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