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열리는 월드컵..건강관리요령
2006-05-22 윤종원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2002년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벅찬 감동과 흥분을 맛보았던 우리 국민은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를 앞세워 또 한 번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월드컵은 독일에서 열려 우리나라 축구 경기가 대부분 새벽에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 대규모의 거리응원 계획 등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새벽에 열리는 축구경기는 수면리듬을 깨뜨려 다음날 피로나 주간 졸림증으로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자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게는 돌연사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또한 무리한 거리응원은 심각한 성대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 경기, 건강을 챙기며 즐길 수 있는 요령을 알아본다.
◇ 새벽 축구경기, 심장병 고위험군은 각별히 주의해야 =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릴 당시 국내에서 총 7명의 성인이 축구경기를 시청하던 도중 갑자기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운동경기를 시청하다보면 누구나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이 빨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정상인이라면 건강에 무리가 없지만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월드컵은 독일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하는 경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새벽 시간에는 혈압이 높아져 더욱 위험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새벽에 잠을 깬 직후에는 몸의 대사활동이 시작하기 때문에 심장이 온 몸으로 보내야 하는 혈액의 양도 많아져 심장의 운동량이 증가하고 혈압도 오르게 된다.
일반적으로 잠에서 막 깼을 때 혈압이 하루 중 가장 높으며 당일 최저 혈압보다 10~20%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에 몰입해 과도하게 흥분하게 되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돌연사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온 국민의 축제인 월드컵 경기를 못 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준수한다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과거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과 같은 심장질환을 앓았던 경험이 있거나 고혈압 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 환자, 당뇨병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반드시 주의사항을 실천해야 한다.
이 외에도 당뇨병 환자, 45세 이상의 남성, 흡연자, 비만이나 복부 비만인 사람들 역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우선 혈압이 급격하게 높이지 않도록 너무 경기에 몰두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혈압과 맥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여러 사람이 모인 거리응원에서는 더욱 흥분하게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자택 등 조용한 곳에서 시청하는 것이 좋다.
이 때 가족들과 축구 이외에 다른 이야기를 나누며 관람한다면 경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을 과도한 흥분과 급격한 혈압상승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깨어난 후에는 물을 충분히 마셔 수면 중 탈수 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
축구 경기가 끝날 때까지 화장실을 참는 경우가 많은데 소변을 참는 것 또한 혈압을 올리게 되는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소변을 오래 참으면 복압이 높아지고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심장병전문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정승묵 과장은 "술이나 담배는 혈압을 높이고 몸의 탈수현상을 부추기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면서 "간식으로는 과일이나 야채가 좋으며 TV 시청 중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움직여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목소리 지키려면 물 많이 마셔라 = 이번 월드컵에서도 대규모 거리응원이 전국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거리응원은 동질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푸는 등 좋은 점이 많겠지만 건강, 특히 목소리 건강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쉰 목소리는 월드컵 응원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다. 목소리는 목의 양쪽에 있는 성대가 서로 진동해 만들어지는데, 큰 소리를 낼수록 성대의 진동수가 많아지고 부딪치는 힘이 커져 각종 성대질환이 생기기 쉽다.
성대는 일반적인 대화 시 100~300번 정도 진동하지만 고함을 치거나 응원을 할때는 2천~3천회 정도 고속으로 진동한다. 이 때 성대 표면의 윤활유가 감소돼 성대점막에 궤양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 경기는 주로 밤이나 새벽에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성대 윤활유가 더욱 부족해지기 쉬워 궤양이나 부종의 위험이 크다. 또한 성대가 심하게 진동해 성대 안쪽의 모세혈관이 터지거나 물혹(성대폴립)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같은 성대질환은 단 한번의 고함으로도 생길 수 있으며 수술 전에는 회복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자라 더욱 심한 증상을 유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같은 성대질환의 예방에 가장 좋은 것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응원을 하면서 물을 충분히 마셔 성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 성대가 과도한 진동에 견딜 수 있다. 반대로 술과 담배는 성대를 건조하게 하므로 가급적 피한다.
잠들기 전에는 따뜻한 물을 마시고 가벼운 발성으로 성대를 풀어주는 것이 좋으며 집안이 건조하지 않게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목소리 전문병원인 예송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응원으로 목소리가 쉬면 가급적 대화를 삼가고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셔주는 게 붓기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한다면 목에 성대질환이 생긴 것일 수 있는 만큼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희대 한방병원 남혜정 교수는 "응원을 하느라 목을 혹사했다면 최소한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 번 더 양치질을 하고, 따뜻한 물 1컵 분량에 티스푼으로 소금 1스푼을 넣고 잘 저은 후 가글해서 뱉어내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수면관리 잘 해야 낮 시간 사고 예방 = 이번 월드컵은 새벽에 열리는 경기가 많아 수면건강에도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뇌가 잠을 원할 때 무리하게 깨어있으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낮 동안의 졸음증은 물론 집중력 저하와 정서장애 등으로 작은 일에도 화가 나거나 업무능률이 떨어지고, 실수나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진다.
특히 밤샘 응원으로 생길 수 있는 수면장애는 `수면지연증후군"과 `수면 전진증후군"이다. 수면지연증후군은 주로 청소년 시기에 많이 나타나는 수면장애로 수면시간이 늦어져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 이른 아침(혹은 늦은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각성 상태로 견디다가 아침에는 수면에서 깨어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이런 주기가 계속 반복되면 생체시계는 자연스럽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져 아침에도 몸은 잠을 자고 있다고 인식하게 돼 아침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반대의 경우는 수면전진증후군이다. 이는 수면지연증후군과는 반대개념으로 주로 노인에 많이 나타난다. 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후 6~8시로 일찍 잠들어서 새벽 3시경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월드컵 기간에 새벽 경기를 즐기느라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반복되면 몸은 이를 새로운 규칙으로 받아들이고 익숙해 질 수 있다.
한국 경기의 대부분이 새벽에 열리는 만큼, 새벽에 열리는 경기를 시청하기 전에는 저녁 술자리를 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어느 정도 수면을 취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잘 자는 것이 최선이다.
잠 들기 1시간30분 정도 전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수면을 방해하는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간, 생선, 달걀, 우유 등 숙면에 좋은 역할을 하는 비타민 D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들기 전에는 TV나 조명을 꺼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하고 잠에서 깬 후에는 햇볕을 쬐거나 조명을 밝게 해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낮잠을 자거나 몰아서 잠을 자는 것은 수면리듬을 더 교란시킬 수 있으므로 삼간다. 경기 일정을 잘 살피고 늦은 밤 경기가 없는 날은 규칙적으로 잘 수 있도록 수면환경을 조성하고 수면리듬을 잃지 않도록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밤잠을 잘 자지 못한 경우에도 될 수 있으면 원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고 정 피곤하다면 낮잠을 좀 자거나, 초저녁에 자두는 식으로 적응하는 게 좋다"면서 "만약 밤 잠을 자지 못해 낮 시간에 멍하다면 계단을 걷거나 산책하는 등의 방법으로 몸을 움직여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잠자는 시간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교대근무자가 가지는 시차병 같은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면 만성적인 불면증이나 다른 수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