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계적 의료전달체계 개편 바람직
10년째 도돌이표를 계속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10년전 의료기관을 기능별로 재분류하는 ‘의료기관기능 재정립 정책’을 시행한 이후 매년 의료전달체계 개편논의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의견접근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이에 대형병원 환자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의료기관 종별간 불균형은 지난 2008년과 2018년 10년사이의 의료기간 종별 진료비 점유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의 진료비 점유율 비중은 각각 3.1%p, 2.0%p, 0.8%p 높아진 반면, 의원급은 6.1%p 낮아졌다.
경증환자 약제비 본인부담금 인상이나 경증환자 비중 축소 등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하는 등 정부에서도 환자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 비중차이가 더 벌어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과정을 되돌아보면 종별 의료기관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조정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국민건강보험법상 2단계로 돼 있는 상황에서 서로가 경쟁관계라고 생각하는 상급종합병원 하단의 의료기관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든 구조적인 원인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의료전달체계 논의의 출발점인 일차의료의 정의에서부터 부딪치며 실마리를 풀어나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의료전달체계 개선 TF 제9차 회의에서 제시된 안은 이러한 상황을 상당히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의료기관 기능별 분류체계를 마련하고 기능에 따른 적정 보상체계와 시설·인력 기준 도입을 통한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전제로, 의료기관간 연계와 협력강화를 골자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덧붙여 다수의 의료기관이 연계한 환자중심 통합연계형 의료체계와 한국형 책임의료조직을 언급했다.
또한 의사의 판단에 따른 의뢰가 아닌 경우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경유 내원환자에 대한 본인부담비율 조정과 타과 의뢰나 외래예약 제한 등의 조치를 검토중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일차의원과 전문의원, 지역책임병원과 전문병원과 연계된 의뢰·회송 등 다양한 진료의뢰를 허용하겠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의료기관 기능 조정을 통해 의료공급시장을 재편하고 그동안 의료전달체계 작동을 방해하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의료공급시장에서 이같은 정부 정책을 수용할 수 있느냐다. 제도적인 개선과 다양한 유인책이 담겨 있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의료시장의 특성상 이해득실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