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식스틴블럭

브루스 윌리스의 완숙미 식스틴블럭

2006-04-14     윤종원

의외였다. 브루스 윌리스가 축 처진 뱃살에 세수도 안한 듯 부스스한 얼굴, 술에 절어사는 인생을 연기한다는 게. 그가 누구인가.

"다이하드" "아마게돈" "제5원소"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히어로 역을 도맡았던 배우가 아닌가.

물론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고 넓어져왔다. "식스센스""태양의 눈물" "씬씨티" 등을 통해 그는 단순히 상업성만을 강조한 흥행배우가 아님을 증명해왔다.

쉰살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그는 외화를 꺼리는 한국 관객에게조차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로 평가받는다.

"식스틴블럭"은 "슈퍼맨" "리쎌 웨폰"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도너 감독의 연출작. 이외에도 "오멘" "레이디호크" "컨스피러시" "프리 윌리" 등을 통해 세계적인 흥행 감독으로 꼽히는 도너 감독은 75세의 고령임에도 리처드 웽크의 시나리오를 본 후 연출을 맡기로 결심했다.

브루스 윌리스를 주연 배우로 택해 2년만에 완성된 영화는 진한 휴먼 드라마로 탄생했다.

이야기 구도는 간단하다. 동료의 배신으로 6년째 술에 찌들어 사는 형사에게 아주 간단한 임무가 맡겨진다. 15분 거리, 불과 16블록이 떨어져 있는 법원에 플리바겐(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신 형량을 감면받는 제도)의 대가로 뭔가를 증언할 범법자를 인도하면 된다. 그러나 그 증언은 경찰 조직의 비리를 낱낱이 밝히는 것이었고, 서장까지 포함돼 조직적인 비리에 얽혀 있는 뉴욕 경찰은 이들을 제거하려 한다.

흔히 만날 수 있는 할리우드식의 액션영화는 삶을 반추할 나이에 접어든 감독을 통해 삶을 성찰할 수 있는 휴먼 드라마가 됐다. 빠른 화면 전개 속에 액션은 생생히 살아 있으면서도, 형사 잭과 수감자 에디가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인생의 여러 단면을 맛볼 수 있다.

브루스 윌리스의 노곤하고 일상에 지친 형사 연기는 현실감이 살아 있다. 쉴새없이 떠들며 잭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에디 역의 모스 데프는 유명한 래퍼이자 "몬스터볼" "이탈리안잡"에서 결코 서툴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여기에 잭과 팽팽히 맞서는 프랭크 역의 데이비드 모스는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사람은 마음만 먹는다면 착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 별 것 아닌 이 명제가 착착 감기는 영화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