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원초적 본능2
갈 길 잃은, 원초적 본능2
2006-03-24 윤종원
기대가 컸다. 당연하다. 1992년 샤론 스톤은 "섹시"란 단어의 "존재의 의미"를 알려줄 정도였으니.
취조실에서 하얀 코트를 입은 샤론 스톤이 다리를 바꿔 꼬는 아찔한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그 단 한 장면만으로도 "원초적 본능"은 에로틱 스릴러의 교과서가 되기 충분했다.
무려 14년이 지나 48살이 된 샤론 스톤이 "원초적 본능2"를 들고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는 것.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 이미 "원초적 본능"에서 사람들을 놀래켰던 장치를 굳이 지금 다시 한번 설정하는 건 "직무유기"다. 비릿한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본성을 섹스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영화의 지향점도 이젠 식상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도도 마찬가지. 샤론 스톤이 범인인 것 같은데 결코 수사망에 좁혀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작가 캐서린 트라멜(샤론 스톤 분)은 시속 180㎞의 차 안에서 스포츠 스타와 환각에 빠져 애무를 즐긴다. 강으로 추락한 차 안에서 캐서린은 빠져나오지만 남자는 죽고 만다.
워시번 형사(데이비드 툴리스)는 사고사가 아닌 캐서린의 살인이라고 직감하고 정신과 의사 마이클 글래스(데이비드 모리시)에게 정신감정을 맡긴다. 캐서린과 마이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오히려 캐서린은 마이클의 본성을 끄집어내는 데 쾌감을 느낀다.
마이클은 자신도 모르게 캐서린에게 끌리는 것을 인정한다. 애써 도망가려 하지만 심리적으로 마이클은 이미 캐서린에게 종속돼 있다.
영화는 기자라든지 전 아내라든지, 마이클 주변 사람들이 처참하게 살해되면서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들어간다.
아마 이 영화를 봤다면 누구나 물어보고 싶은 질문. "야해?" 대답은 "그저 그래 "다. 노출이나 정사신만 따진다면 이 정도 수준의 영화는 굳이 "원초적 본능"이라는 화끈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더라도 제작 가능하다.
샤론 스톤은 지나가는 세월을 너무 의식하지 않았고, 마이클 더글러스가 아닌 데이비드 툴리스에겐 카리스마가 2% 부족했다.
이 모든 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기대치를 낮추면 그래도 훨씬 재미있게 보리라는 건 확실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