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는 의료인력 부족에서 시작"
보건복지부-경기도 및 인천시병원회 간담회 개최
종별 기능 재정립, 합리적 의료 이용 대국민 홍보 필요
12월18일 대전충청권 지역병원장 간담회에 이어 12월20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경기, 인천지역병원회 소속 병원장 10여명과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머리를 맞댔다.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내년 상반기가 의료계에 가장 중요한 시기로 인식 된다”며 “지역병원의 고충을 듣고 향후 정책에 반영하고자 한다”며 간담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임영진 대한병원협회 회장도 “정부와 의료기관 간의 교감이 중요하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진 경기도병원회장(강남병원장)은 “지방 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현상을 오랫동안 직접 체험하고 있다”며 “수가 인상보다 더 절실한 것이 인력 부족에 대한 고충”이라고 말했다.김영모 인천시병원회장(인하대병원장)은 “현재 직역, 상종과 중소 등의 갈등과 환자쏠림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여러 문제들이 의료인력 부족에서 기인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정책의 목적은 환자안전이어야 하는데, 전공의특별법 또한 처우개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간담회 이후 정책 추진에 있어 목적의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가”고 말했다.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커뮤니티 케어와 지역강화 정책을 연계해서 하나의 프로젝트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역의료 이용을 촉진할 신뢰성 강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A 병원 이사장은 우선 평가체계의 개선을 요구했다. 과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 간의 차이가 환자에게 유의한 차이인지 의문이며, 굳이 비교하지 말아야 할 지표를 보여주는 것도 있다고 했다. 1차에서 3차로 보내는 것이 2차로 보내는 것보다 수가를 더 가산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종별간 비교 평가체계, 의료전달체계를 감안한 수가 정책 적용 등을 제안했다.B 병원장은 ‘상호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상대가치 수가체계, 중증도 분류체계, 전공의 정원 등 의사사회 내부에서 이해관계에 부딪힌다. 전공의 정원 감축과 맞물려, 전공의법 시행으로 대체인력에 대한 답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입원전담전문의의 조건, 정원 등을 폭넓게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또한 회송하려 해도 환자가 안 따른다며 정부가 나서 보건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를 신뢰한다는 메시지를 대국민홍보 해야 한다는 것이다.
C 병원장은 현행 응급의료전달체계가 중증환자 진료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경증환자 이송에 전문병원 역할이 소외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료 강화에도 전문병원에 역할을 줘야 한다는 것.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 분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은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D 병원 이사장은 “간호사에 대해 아무리 처우를 개선해도 인력난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규제강화로 시설 투자는 늘어나는데 병원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병원의 현실을 설명하며 그래도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올바른 의료이용을 위한 국민 계몽이 필요하다며 광화문 전광판을 통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E 병원장은 저출산이 심각하다며 분만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산부인과병원의 경우 급여 수준이 다른 병원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간호사 한명도 뽑을 수 없는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했다. 이어 “급여화를 전체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데 순서가 잘못됐다”며 “필수의료보다 식대가 먼저 급여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F 병원장은 “최근 발표된 지역우수병원 지정 등 지역의료 강화 정책에 대한 반대급부가 존재한다”며 “정책 시행시 심뇌혈관 관련 전문의 인력난으로 기존 병원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인력 현황을 살펴본 후 시행 가능한 정책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G 의료원장은 “공공병원에서도 간호인력, 의사인력이 부족해 병동을 못 여는 경우가 많다”며 “공중보건 간호사제를 도입해 병역자원으로 활용하면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 수, 간호사 수를 확실히 늘려 왜곡된 의료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H 병원장은 앞서 나온 현안들이 모두 엮여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선은 1,2,3차 의료기관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호신뢰를 갖도록 기능을 분명히 나누고, 부여해야 한다는 것.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의료체계는 대형병원이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수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I 병원장은 우리 국민 의료이용률이 OECD 국가 평균의 3∼4배에 달한다며, 의료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시장의 과열, 의료인력 낭비 등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정부의 결단도 요구했다.이에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중장기대책에는 협력체계, 환자 신뢰, 종별 기능, 환자를 잘 치료하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라며 “종별 기능을 다하면서도 서로 손해 안보고 이송하고 환자중심으로 진료하는 모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환자 및 소비자 단체에서도 중증환자가 제 때 치료를 못 받는 것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시행할 때가 됐다는데 공감을 했다고 한다.정 과장은 “지역의료 강화에 심뇌혈관을 넣은 것은 필수의료가 생각했기 때문이며, 일선 병원에서 말하는 반작용을 충분히 고려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향후 정부 정책에서 해당 인력을 우선 평가하고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직역간 문제 등도 고려해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공중보건간호사제도 활성화 추진하고 있으나 병무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경사노위 보건의료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에서도 간호인력 수급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말씀 주신 내용 적극 검토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김성철 공공의료과 사무관은 “응급의료 자원이 많음에도 사망률이 높은 경우도 확인되고 있어 경증질환에 대한 대응, 과밀화 등에 전문병원 활용에 대한 고려를 하겠다”고 말했다.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방안, 분만 취약지로 될 우려가 있는 지역에는 선제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현재까지의 의료이용 행태를 강력한 대책으로 변화가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인의 신뢰문제,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