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반대

"의료주권ㆍ국민건강 포기하는 행위" 주장

2004-10-12     최관식
대한약사회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내국인 이용 및 외국인 투자기업도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재정경제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대해 12일 심각한 우려 표명과 함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내 보건의료단체 가운데 영향력이 작지 않은 약사회의 반대 의사 표시는 경제특구 내 의료기관 설립과 운영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향후 정부의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경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병원에서 내국인 이용을 허용하고, 외국병원의 설립주체도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도 가능하도록 확대했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이번 조치는 의료주권과 국민건강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법 개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약사회는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의료시설의 설립허용 본래 취지는 본 구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내국인의 해외원정의료수요, 인근 외국인의 의료수요 흡수라는 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는 막연한 기대를 토대로 국가보건의료체계와 직결되는 보건의료관련 사안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독단적으로 법 취지를 바꾸는 것으로 이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 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 허용은 경제자유구역에 한정한다 하더라도 결국 외국인에 대한 면허개방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WTO/DDA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 중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으로 의료주권과 국민건강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약사회는 이와 함께 "외국 의료기관 및 외국인 투자기업에 의한 의료기관 설립 허용은 결국 내국인의 진료에 의한 수입을 외국으로 유출, 어려운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비급여 중심의 국내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영리법인 형태로 특구 내 개설이 가능하게 돼 병원난립 및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으로 건강보험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공공의료의 확충 등 국내 보건의료기반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리의료기관을 무제한 추진하는 것은 결국 한국의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의료비 상승, 의료이용의 불평등 등 새로운 의료제도의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므로 법개정 추진 및 무분별한 특구의 남발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