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야뇨증, 직장맘의 말 못하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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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야뇨증, 직장맘의 말 못하는 고민
  • 박현 기자
  • 승인 2013.01.04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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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유비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민 과장

결혼 10년차 직장맘 장나영(32세) 씨는 매일 아침 의기소침한 딸을 보며 아침 출근길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올해 9살난 딸 은지가 초등학교 2학년 인데도 밤에 소변을 못 가리고 이불을 적시기 때문이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아침마다 은지에게 야단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집을 나서는 일상이 직장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하게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장 씨.

           박지민 과장
물론 은지도 방학 때 좋아하는 이모집에도 캠프에도 갈 수가 없었고 그렇게 계속 위축되는 딸을 보다 못한 장 씨는 은지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에서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고 몇 가지 검사를 한 뒤 들은 은지의 병명은 야뇨증. 장 씨는 은지가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을 불편한 정도로만 생각해 왔던 사실이 못내 미안했다.

소아의 야뇨증은 전 세계적으로 5세 소아의 약 15%가 앓고 있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야뇨증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 자신감 결여, 성격형성 장애 등이 거론되면서 만 5세 이상의 야뇨증 소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야뇨증의 정의를 보면 일반적으로 소변이 밤에 자는 동안에 무의식적으로 배출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의 대상이 되는 야뇨증을 말할 때는 5세 이상의 연령에서 비뇨기계에 뚜렷한 이상이 없고 낮 동안에는 소변을 잘 가리다가 밤에만 오줌을 싸는 상태를 말한다.

야뇨증은 크게 일차성 야뇨증과 이차성 야뇨증으로 나눌 수 있다. 일차성 야뇨증이란 태어난 후부터 한번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계속 밤에 소변을 보는 경우를 말하고 이차성 야뇨증은 최소한 6개월이상 소변을 가리던 시기가 있었다가 다시 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또한 밤에 노줌을 싸는 증상외에도 주간의 빈뇨(갑자기 하루에 10~20회, 흔히 30~40회까지의 소변을 보는 증상), 절박요실금(소변을 참지 못하고 옷에 지리는 등의 증상)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가에 따라 다증상성 야뇨증과 단일증상성 야뇨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보통 야뇨증이라 함은 '일차성 단일증상성 야뇨증'을 말하며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야뇨증은 생각보다 훨씬 흔한 질환이다. 1999년 대한 소아비뇨기과학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12세 남자어린이의 16%, 여자 어린이의 10%가 일년에 한 번 이상 이불에 소변을 본다고 한다.

아직 야뇨증의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야간 다뇨, 방광의 용적, 수면시 각성장애, 정신적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한 야뇨증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쪽 부모가 모두 어린 시절 야뇨증이 있었던 경우 자녀의 77%에서 부모 중 한쪽만이 야뇨증이 있었던 경우는 자녀의 44%에서 야뇨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부모가 모두 정상이었던 경우라도 자녀에게서 야뇨증이 나타날 확률은 15%정도가 된다고 한다.

야뇨증으로 병원에 방문하면 주로 병력청취, 문진, 요검사, 요배양 검사 등 간단한 방법으로 진단하게 된다. 그러나 요검사시 요로감염이 있는 경우, 주간 배뇨 증상이 심한 경우, 이차성 야뇨증, 유분증, 약한 요류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검사를 행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야뇨증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으로 생각해 대부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야뇨증이 어린이의 성격 형성이나,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뇨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만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야뇨증은 어린이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당황스럽게 하며 여름캠프, 야영 등과 같은 교외활동에 참가하는 것을 꺼리게 할 수 있다. 특히 야뇨증은 어린이들이 교유관계를 형성하고 자아를 발달시키는 시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뇨증의 치료로는 항이뇨호르몬, 항콜린성 약무르 경복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치료전에 반드시 비뇨생식계에 이상 유뮤를 확인해야 한다.

은지는 배뇨일지를 작성한 결과, 일회 최대배뇨량이 연령에 비해 매우 낮게 측정됐고 낮에 빈뇨, 절박뇨 등의 증상이 있어 항이뇨호르몬과 항콜린성 약물을 병행해 치료받은 뒤, 2주뒤에 외래 방문시 그 동안 한번도 밤에 소변을 보지 않았다고 하며 밝게 웃었다.

그 동안 은지의 야뇨증으로 고생하신 할머니가 가장 기뻐하신 것은 물론이고 가족간의 불화의 조짐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빠져 나온 장 씨도 직장생활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야뇨증 소아의 일반적 주의사항

야뇨증은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마음을 편히 갖도록 해주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또한 아이에게 혼자만 오줌싸개인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야뇨증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특히 어린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고 밤에 소변을 본 후에 아이를 야단치거나 모욕감을 주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한밤중에 아이를 깨워서 소변을 보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분노를 생기게 하거나 악화시키므로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중단하도록 하고 기저귀를 채우는 것도 그만두게 한다.

어린이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달력에 소변을 보지 않은 날에는 스티커를 붙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어린이를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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