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한 방사선사 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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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한 방사선사 귀감
  • 박현 기자
  • 승인 2011.04.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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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대길병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 김동언 씨 조혈모세포 기증

           김동언 방사선사
병원에 근무하는 방사선사가 골수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귀감이 되고 있다. 가천의대길병원(이사장 이길여) 영상의학과 김동언(32) 방사선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지난 3월 31일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김 씨가 아름다운 나눔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것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의료인을 꿈꾸며 대학에서 의료공학을 공부하고 있던 김 씨는 헌혈을 하기위해 헌혈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김 씨는 백혈병환자 등을 위한 조혈포세포 기증에 관한 설명을 듣게 됐고 즉석에서 흔쾌히 기증에 동참하겠노라 서명했다고 한다.

조혈모세포는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포로 이름 그대로 '어머니 세포'라 불리는 골수이식에 반드시 필요한 세포다. 형제자매간에도 확률적으로 25% 내외만이 이식 가능하고 기증자와 일치할 확률은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건강한 일반인들의 기증이 많을수록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많아진다.

김 씨에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첫 번째 연락이 온 것은 5년이 지난 2009년 여름이었다. 그러나 의료인이 되기 위한 실습시간과 겹쳐 아쉽게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김 씨는 “실습 때문에 두달만 연기해달라고 부탁하고 두달 후 다시 연락해보니 다른 기증자를 찾았다고 하더라”며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1년 여가 지나, 지난 1월 초 김씨에게 두 번째 인연이 찾아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김 씨는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씨가 길병원에서 근무한지는 1년, 골수이식을 할 때 환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겁도 조금 났지만 망설임없이 기증절차를 밟았다. 가족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들 김 씨의 뜻에 따라줬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지는 않아도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으로서 그들의 고통과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성분헌혈을 하는 것처럼 한쪽팔의 혈관을 통해 나온 혈액에서 조혈모세포만 분리 채취하고 나머지 혈액은 반대쪽 혈관으로 다시 넣어주는 방식으로 세포를 채취했다. 김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길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5시간에 걸쳐 채취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김 씨는 “긴장을 하고 팔에 힘을 줘서 그런지 팔이 좀 아픈 것만 빼면 다른 불편한 것은 없다”며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울까봐 기증을 꺼리는 이들도 많은데 주사가 아프긴 했어도 생각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기증자 원칙에 따라 김 씨의 조혈모세포를 받게 될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고 20대 여성이라고만 들었다”며 “확률적으로 일치할 가능성이 적다는데 제 혈액을 줄 수 있게 돼 기쁘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란다”고 쾌유를 빌었다.

김 씨는 곧 아빠가 된다. 1월 초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전화를 받기 며칠 전 아내의 임신소식을 들었다. 김 씨는 “소중한 생명을 얻었고 또 다른 이를 위해 생명을 나누게 돼 두배로 기쁘다”며 “생명을 나누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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