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병원의 건강보험 수가는 1.5% 인상되며, 건강보험료는 0.31%p 오른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문창진 보건복지부 차관)는 11월 21일 오후 6시부터 회의를 열고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의료공급자, 의료가입자, 공익간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결국 공익안을 두고 표결에 부쳐 이같이 결론이 났다.

이번 결정에 따라 병원급의 환산지수는 62.2원이며, 의원급은 62.1원으로 정해졌다. 건강보험료율은 5.08%로 결정해 올해 4.77% 대비 0.31%p 인상된다.

수가 및 보험료 인상을 위해선 입법예고 등 행정적 처리절차가 5주 가량 걸리기 때문에 복지부는 21일 건정심 회의를 사실상 수가결정을 위한 마지막 회의로 보고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기로 한 것.

회의 내내 가입자와 공급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리한 공방을 이어가자 결국 공익대표단이 병원의 건강보험 수가 1.5% 인상안과 의원 2.3% 인상안, 보험료율 5.08%를 중재안으로 내놓고 표결에 부쳤다.

이같은 수가인상안은 제도개선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공단측이 언더테이블로 제시한 1.45%, 2.25%보다 각각 0.05% 오른 데에 불과한 수치.

결국 수가인상안이 만족스럽지 못한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대표측을 비롯해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가입자 일부는 보험료 인상안을 거부하며 표결에 임하지 않고 퇴장, 28명 위원 중 18명만 참석한 가운데 표결처리해 찬성 17, 반대 1로 가결됐다.

병원협회 대표로 참석한 이석현 전 동국대의료원장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2%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병협과 의협에게 이를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먼저 계약한 단체는 혜택을 주고 건정심에 온 단체에게는 패널티를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익측이 제시한 수가인상률로는 급변하는 의료서비스 환경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건정심은 내년도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일단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은 입원환자에 대한 식대급여, 6세 미만 아동 입원시 본인부담 면제, 장제비 등을 조정해 건강보험 지출합리화로 추가보험료 부담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입원환자 식대급여의 경우 현재 본인부담금 20%에서 50%로 늘어난다. 6세 미만 아동 입원 본인부담은 성인의 절반인 10%로 조정되고, 장제비 급여는 제외해 총 2천454억원을 절감할 방침이다.

의약품 사용 적정관리를 강화하고 고함량약제 대체 사용과 일반의약품 관리 등 약제비 절감으로 1천51억원, 다품목 처방 관리 강화 등 적정성 평가로 699억원, 자보 및 산재 중복 급여 관리 강화로 48억원 절감하고, 지역가입자 경정소득 소급부과와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해 수입도 946억원 늘릴 예정이다.

이 재원으로 내년부터 시행할 보장성 확대정책의 세부내용과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12월부터 건정심 산하 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중재안을 내놓은 공익대표단은 “약제비 절감과 적정성 평가 등 관리를 강화하고, 피부양자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부와 건강공단의 자구노력을 통해 약 1.2%의 재정을 확보하고 아울러 보장성과 지출합리화 규모를 연동하되 시행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추가적으로 1%를 절감토록 해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보험료율 결정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보장성 확대와 보험급여비 급증 등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의 보험료 및 수가조정이 필요했지만 원유 상승 등 경제여건이나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감안해 보험료 인상 부담이 최소화 돼야 한다는 인식하에서 다양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함께 강구했다”며 “위원들이 치열한 논쟁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형별계약 첫해인 올해 수가협상을 둘러싸고 여전히 파행으로 협상이 이뤄진 점과 수가협상의 토대가 되는 공단 연구결과의 공개, 가입자 대표로 구성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안으로 수가인상안 결정 등의 문제점이 노정돼 있어 수가계약제도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매년 계약이 아닌 건정심에서 표결로 수가인상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공익안 또한 의료공급자의 입장을 배제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경영환경이 수가에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인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