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 의원,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보장성 강화 관점에서 엄격히 제한돼야”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금융위원회 등이 주관한 보험개혁회의에서 민간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가명정보) 개방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해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지난 8월 2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제2차 보험개혁회의 서면 안건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정보공개 절차 합리화 검토’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 자료에 따르면 제한적 데이터로는 보험 위험률 개발이 어려운 보험사는 보험개발원을 통한 전체 상병통계 입수 및 보험사 제공을 건의하고 있어 보험 개발원이 상병통계를 입수해 보험사에게 통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절차 개선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김남근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회의 안건과 관련된 협의가 있었는지 문의한 결과 ‘해당 서면 안건에 대해 공단은 금융위와 사전‧추가 협의 및 진행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
보험개혁회의에는 금융위원회, 금감원, 학계 및 금융‧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주요 보험사 등이 참여하고 있는 반면에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의료데이터 주관 부처나 기관은 참석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보험개혁회의 역할이 단지 보험업계 민원을 청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금융위원회가 권한도 없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정보공개 절차 합리화’ 운운할 것이 아니라는 게 김남근 의원의 지적이다.
보험업계는 법제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유권해석 결과를 근거로 ‘보험회사의 신규 보험상품 개발’도 ‘과학적 연구’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공공의료데이터 중 가명정보의 활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권해석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숲을 보지 못한 근시안적 형식적 해석론에 불과하다고 김남근 의원의 평가다.
김남근 의원은 “사실 지난 정부까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보수와 진보 정부를 아우른 의제였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 재정효율화가 강조되는 가운데 건강보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보장성 강화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의료데이터는 공적보험을 강화하는 데 활용돼야 하는 것이지 민간 보험회사의 신규 보험상품 개발이 우선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아무리 ‘데이터가 돈’으로 치부되는 시대라고 하지만 개인의 의료행위별 상세 진료 및 처방내역, 건강검진결과 등을 포함한 의료정보가 망라된 공공의료데이터까지 가명정보라는 이유만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민간보험사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가명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니 민간보험사에 제공 가능하다는 주장은 질병정보, 의료정보의 민감성을 고려치 않은 형식 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히려 공공의료데이터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라는 공공목적의 측면에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근 의원은 “이러한 원칙과 기준에서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민간보험사에 대한 공공의료데이터 중 가명정보 개방 여부를 결정해야 함에도 형식 논리에 치우친 유권해석을 근거로 이를 추진했던 국내 보험사 그리고 이를 방관한 금융당국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간보험 강화는 의료영리화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밝힌 김남근 의원은 민간보험 강화 - 의료영리화는 의료서비스 접근에 있어 양극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민간보험사의 실손보험 가입자는 3,997만명으로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상황에서 개별 보험사들은 가입 고객 관련 정보를 축적한 상황이라는 것.
이를 이용해 사고위험 평가를 통한 보험료 산정, 언더라이팅, 보험금 청구 및 지급관리 등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요구하기에 앞서 민간보험사들 먼저 축적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민간보험사들을 비판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국민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연구에는 자료를 미제공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도중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오용을 하지 못하도록 공단‧학계가 공동연구 형태로 참여하거나 필요시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근 의원은 “이번 논란의 출발점인 신규 보험상품 개발이 과학적 연구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에 축적된 공공의료데이터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관점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의료데이터 민간 개방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는 첩경은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적 합의라는 점을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모두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