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할 때 더 많은 보상 얻을 수 있도록 체계 개편”
“역설적이게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일부 완화되고 중증·응급진료에 집중하는 등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는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중증수가 인상 그리고 진료지원간호사의 안정적 업무 수행을 위한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실시, 경증환자의 진료협력병원 이송 등 중증 중심의 진료를 대폭 지원한 결과입니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8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단장은 이어 “다만, 상급종합병원의 급격한 진료량 감소로 인한 병원 운영의 어려움, 여전히 많은 비중증진료 그리고 갑작스러운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현장 인력의 소진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또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비상진료 과정에서 변화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공급구조의 전반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경실 단장은 “정부는 지난 4월 25일 의료계, 전문가, 환자, 시민단체 그리고 정부 등 각계가 참여하는 의료개혁특위를 출범해 지난 7월 11일까지 총 다섯 차례 특위를 개최하는 등 의료개혁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오늘은 그 첫 브리핑으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대한 취지와 진행상황 그리고 향후 계획을 설명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간 왜곡된 의료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정경실 단장은 그간 상급종합병원의 의료공급체계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이 수행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인 중증·응급·희귀질환자 진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은 평균 50% 정도로 종합병원 이하에서도 치료 가능한 비중증환자를 절반 가까이 진료하고 있어 중증환자가 오히려 상급종합병원에서 적시에 치료받을 기회를 놓칠 우려가 높고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의 질보다 진료량 늘리기, 병상 확장 등 양적 팽창에 의존해 오면서 현장 의료진은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밀려드는 진료를 감당해야 하고, 환자들에게는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데다 의료인력에 비해 과중한 진료를 감당하다 보니 전문의 등 전문인력보다는 전공의에게 과의존하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
정경실 단장은 “이러한 문제는 오랜 기간 제기됐지만 의료 공급과 이용, 보상과 평가, 인력구조의 조정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해묵은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해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 등 적합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환자 기준으로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중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갈 계획이다.
3년 뒤인 2027년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는 것.
또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증환자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KTAS 1·2 등 중증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돼 입원하게 되는 경우, 그리고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등에서 치료받는 중증소아와 연령가산이 적용되는 중증소아 수술에 해당하는 경우, 중증 암을 로봇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 등도 중증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그간의 연구 결과와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서 근본적인 전문진료질병군 분류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도 빠르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상급종합병원을 지역의료 역량을 견인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즉, 중등증 이하의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지역의 진료협력병원을 육성하고 상급종합병원과의 진료협력을 강화한다는 것.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 완결적인 의료체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 시에는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 구성 등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그간의 형식적인 의료회송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의뢰·회송 시스템으로의 혁신을 추진할 예정이다.
즉, 전문의뢰·회송 시에는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증상의 변화가 있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진료협력병원으로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돼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도 확립하고, 진료협력병원 간 EMR 연계를 통해 환자의 진료정보를 쉽게 공유하는 체계로 고도화하는 등 효율적인 진료협력 환경을 정비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중증환자는 서울 상종이 아닌 권역 내 상종으로 진료가 의뢰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기전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나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을 볼 수 있는 병상을 중심으로 확충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일반병상 규모는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실 단장은 “병상 감축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진료에 집중하고 양보다는 질 제고로 방향을 전환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지역과 병상의 규모, 그리고 비상진료체계하에서 병상 감축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해 5~15% 수준의 병상 감축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경실 단장은 앞으로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 차질 없이 전환하는 한편 전공의들에게는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하는 수련책임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평균 약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절반인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환자들이 증상과 질환에 적합한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해 나갈 것이며, 이러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보상구조 개편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진료량 늘리기에 의존하지 않고 중증·응급·희귀질환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때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중증입원과 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응급진료 등은 대기시간 등의 노력과 적합 질환 진료와 진료협력 등 성과를 충분히 보상하는 체계로 개편해 나가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은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시범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하면서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경실 단장은 중증환자 비중 확대와 관련해 “수요조사 결과 충분한 수준의 입원료, 그리고 중환자 수가 등이 올라간다면 병원들도 중증환자 위주의 기능 개편을 해나갈 수 있다는 의견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만 입원시키고, 또 중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도 병원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수가체계 개편을 해나가고 있으며, 경영 정상화가 되면 비중증환자들을 줄이면서 중증환자 위주로 업무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중증환자 위주 전환 대상은 모든 상급종합병원이 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준비가 되는 대로 모두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4차병원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