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상·하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 모두 증가세 전환
코로나19 종식 이후 20여년 간 꾸준히 줄어든 호흡기계질환 항생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은 7월 31일 심평원 누리집 및 이동통신 앱 등을 통해 공개한 ‘2023년 제56차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 확인됐다.
제56차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는 총 5만4,017개소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심사 완료된 외래 진료 내역을 기준으로 시행됐다.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는 항생제와 주사제 등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약제의 오·남용을 줄이고 적정사용을 도모하고자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급성상기도감염(감기 등) 및 급성하기도감염(급성기관지염 등)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사용이 권장되지 않아 항생제 처방관리를 위해 항생제처방률 지표를 평가하고 있는 것.
평가 결과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처방률은 41.42%로, 전년도 32.36% 대비 9.06%p 증가했다.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은 2002년 73.3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여 년 동안 절반까지 감소하는 성과를 이뤘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항생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병원 50.97%, 의원 40.90%, 종합병원 32.79% 순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고 상급종합병원이 4.44%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48.68%로 급성상기도감염에 항생제를 가장 많이 처방했고, 소아청소년 42.89%, 성인 40.37%, 노인 27.24%로 순으로 낮았다.
급성기관지염 등 급성하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은 59.76%로, 전년도 54.06% 대비 5.70%p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 60.09%, 병원 58.53%, 종합병원 46.67% 순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고 상급종합병원이 8.87%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 처방률은 영유아 62.65%, 소아청소년 61.72%, 성인 60.13%, 노인이 44.30% 순이다.
2020년부터 2023년 외래 진료 내역을 따로 분석한 결과, 급성상·하기도감염(주상병 기준)으로 진료한 명세서 건수는 코로나19 유행 후 급격히 감소해 2021년에는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마스크 착용, 개인위생수칙 준수,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다른 호흡기계 질환이 함께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2023년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된 이후 급성상·하기도감염 진료 건수와 항생제 처방률이 모두 증가했고, 모니터링 지표인 외래 전체 상병, 호흡기계질환의 항생제 처방률도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 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유행하면서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의 감별 진단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아울러 하기도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세균에 의한 이차 감염을 우려해 항생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임상 현장의 어려움이 있지만, 항생제는 적절하게 처방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 발생 위험과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급성 상·하기도 감염은 주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인 만큼 항생제 처방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주사제 처방률도 소폭 상승…해열·진통·소염제 등
주사제 처방률의 경우 평가 결과 12.60%로, 전년도 10.77% 대비 1.83%p 증가했고 처방건당 약품목수도 3.82개로, 전년도 3.64개 대비 0.18개 증가했다.
상병별로 살펴보면 급성상·하기도감염 등 호흡기계질환에서 전년 대비 주사제 처방률과 약품목수가 더 많이 증가했고, 가장 많이 처방한 주사제와 경구 약제는 해열‧진통‧소염제로 확인됐다.
연령별 주사제 처방률은 노인이 15.56%로 가장 높았고, 성인 13.85%, 소아청소년 5.38%, 영유아 2.57% 순으로 낮았다.
주사제는 경구투약을 할 수 없는 경우, 경구투약 시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염려가 있는 경우, 응급환자에게 신속한 치료효과가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원 심평원 평가관리실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항생제 처방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성과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항생제 처방률이 다시 오른 만큼 앞으로 질 향상 지원 등 의료기관 지원을 강화하고 가감지급사업을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앞으로도 주기적인 항생제 처방률 모니터링 및 분석을 통해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기관에는 별도로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국민의 안전한 약물 사용 및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대국민 홍보 활동도 실시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