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심평원 홈페이지 직원 성명 ‘블라인드’ 처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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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심평원 홈페이지 직원 성명 ‘블라인드’ 처리…왜?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4.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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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부서 전화번호만 공개…담당자 누군지 알 수 없어
행정안전부의 악성 민원 방지 및 공무원 보호조치 강화 일환
의료계 일각, “원활한 소통 및 서비스에 불편함 있을 것” 우려도

이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의 홈페이지에서 부서별 업무 담당자의 성명을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악성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행정안전부의 권고에 따른 조치인데, 일각에서는 의료계와 밀접하게 소통해야만 하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이기에 향후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지난 7월 1일 자로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조직도 및 부서안내에 큰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양 기관의 기관장과 임원진을 포함해 모든 직원이 어떤 부서에서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 확인이 가능했는데, 현재 변경된 내용에 따르면 부서명과 전화번호만 기재돼 있는 상태다.

공개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보공단과 심평원에 일부 차이는 있다.

우선 건보공단은 기관장인 정기석 이사장과 상임감사, 기획상임이사, 총무상임이사, 징수상임이사, 급여상임이사, 장기요양상임이사, 건강보험연구원장, 인재개발원장 등의 임원을 비롯해 각 실의 실장과 부장까지는 기존처럼 성명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실의 팀장, 과장, 대리, 주임, 지역본부 임직원들의 성명은 공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내 조직도.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내 조직도.

반면 심평원은 기관장인 강중구 원장부터 상임감사, 진료심사평가위원장, 기획상임이사, 보험수가상임이사, 심사평가상임이사, 심사평가정책연구소장, 각 실의 실장·부장·팀장·대리·주임, 지역본부 등 전 직원의 성만 공개돼 있고 이름은 확인이 불가하다.

예를 들어 강중구 원장의 경우 ‘강**’으로, 김인성 상임감사의 경우 ‘김**’으로 돼 있는 식이다.

그렇다면 왜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직원 성명 또는 이름을 갑자기 가렸을까.

이는 지난 3월 김포시 공무원이 도로 보수 공사 후 온라인상의 괴롭힘과 다량의 민원 전화로 사망 피해를 입은 안타까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악성 민원으로 인한 폭언 등으로부터 민원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안전부의 특단의 조치 중 하나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과 관련해 공공기관 홈페이지상 직원 정보공개 수준의 조정을 지시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직원의 성명, 직위 등을 사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정보공개법상 의무는 아니며 직원 정보의 공개를 유도하는 관련 지침 등은 이미 개정이 완료된 상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내 조직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내 조직도.

당시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직원 정보공개 수준 조정은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써 각 기관에서는 민원공무원 보호와 국민 편의 간 균형을 고려해 업무 특성에 맞게 조정 범위와 대상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즉, 임직원의 성명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되 공공기관 각각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공개 방식을 선택하라는 의미인 것.

이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공개 방식에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의 또 다른 기금관리형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사장 김태현)도 직원의 소속, 직책, 전화번호, FAX 번호, 담당업무만 현재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공기관 임직원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도 자체는 이해하지만, 자칫 의료계와 건보공단·심평원 간 소통 부재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서 대표전화로만 민원을 제한하기 위해 홈페이지 내 조직도에 업무 담당자의 성명 등을 삭제하면서 업계의 큰 불편을 야기한 바 있다.

비록 식약처의 사례와 이번 행정안전부의 조치에 따른 건보공단·심평원의 사례는 그 성격과 이유가 다르긴 하나, 이들과 상시적인 소통을 해야만 하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생길 수밖에 상황.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록 담당자의 성명을 몰라도 담당업무를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결국에는 의료계와 건보공단·심평원 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직원들의 부서 이동이 잦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담당자가 변경되면 민원응대가 소홀해질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을 것이고, 소통 부재에 업무처리 속도도 더뎌질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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