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자의 대다수가 주4일제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의료기관 종사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직장 내 폭언‧폭행‧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실시한 ‘2024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매년 정기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부터 한 달간 전수 조사로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는 2023년 12월 말 기준 조합원 8만 5,5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4만 760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47.6%로 절반이 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실태조사 진행 기간 동안 시작된 의사집단행동으로 2023년보다 다소 참가자가 줄었다고 밝혔다.

2030 주4일제 원해…간호사 80.4% 도입 필요 응답해 압도적

이번 실태조사를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주4일제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4일제 근무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33.1%,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42.5%로 절대다수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주4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간호직의 경우 80.4%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다음으로 보건직 73.4%, 약무직 70.5%, 사무‧행정직 70.4%가 필요성을 응답해 상대적으로 간호직이 필요성을 더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능‧운영지원직(52.2%)과 간호조무직(59.1%)에서는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주4일제 근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줄어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으며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근무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절대적인 이유로 꼽았다.

또한 이른바 ‘공짜노동’인 연장근무에 대한 미보상은 해마다 조금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10명 중 3명 가량(32.4%)은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은 연장근로 비율이 높은 간호직과 연구직의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연장근로 비율이 낮은 기능‧지원직과 기술직 등의 경우 연장근로에 대한 온전한 보상비율이 높았다.

의료기관 종사자 10명 중 6명 이상 직장 내 폭언·폭행·성폭력 피해 경험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의 상당수가 여전히 직장 내 폭언‧폭행‧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폭언, 폭행, 성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0.9%로,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의 10명 중 6명 이상이 직장 내 폭언·폭행·성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형태로는 폭언이 60.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폭행(13.3%), 성폭력(8.6%) 순으로 경험률이 높았다. 폭언은 간호직(69.2%)에서 10명 중 7명꼴로 매우 높은 수준의 경험률을 보였으며, 그 뒤를 이어 간호조무직(53.4%),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44.2%), 사무‧행정직(41.6%), 보건직(40.0%), 약무직(35.2%), 기술직(21.1%), 연구직(16.9%) 순이었다.

최근 1년 폭언‧폭행‧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성별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경우, 폭언, 폭행, 성폭력 경험률은 각각 65.2%, 14.6%, 10.0%로, 폭언과 폭행은 남성의 약 2배, 성폭력은 약 4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폭언, 폭행, 성폭력의 가해자를 조사한 결과(복수 응답), 세 유형 모두 환자‧대상자가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으며, 그다음으로 보호자가 꼽혔다. 폭언의 경우 환자와 대상자(41.3%), 보호자(27.8%) 다음으로 의사(16.0%), 상급자(9.0%), 동료(5.9%)의 순으로 높았다. 폭행은 환자‧대상자(84.7%), 보호자(10.4%), 동료(2.3%), 상급자(1.5%), 의사(1.2%), 성폭력은 환자‧대상자(76.2%), 보호자(10.6%), 의사(5.5%), 동료(4.3%), 상급자(3.3%) 순이었다.

직군에 따른 폭언 가해자는 대체로 환자·대상자가 주된 가해자였으며 연구직과 기술직의 경우 상급자나 동료가 주된 가해자로 확인됐다. 사무‧행정직과 간호직의 경우 보호자로부터의 폭언을 받은 비중이 타 직군에 비해 높았으며 의사로부터의 폭언을 받는 경우는 간호직에서 유독 높게 나타나 직군별 업무(직무)와 관련 밀접히 접촉하는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전체 응답 비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성폭력 가해자가 상급자인 경우는 보건직에서, 의사인 경우는 간호직에서, 동료인 경우는 기능직 및 운영지원직과 보건직에서, 환자‧대상자의 경우는 간호직과 간호조무직, 그리고 보호자의 경우는 간호직과 보건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전반적으로 폭언, 폭행, 성폭력의 가해자는, 직무에 따라 대면 접촉이 가능한 범위에 의해 결정되며, 직장 내부(동료/상급자/의사)와 외부(환자/보호자)로 확연히 구분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상급자, 의사, 환자 및 보호자 등 소위 위계적이고, 갑질하는 대상자로부터의 피해 경험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1년 동안 폭언, 폭행, 성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피해 발생시 대응 방식에 대하여 조사(복수응답)한 결과, 모든 유형에서 △참고 넘김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 △직장 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요청 △법적 대응 또는 외부의 제도적 장치에 요청의 순서로 높게 나타났으며 직장 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요청하거나 법적 대응 또는 외부의 제도적 장치에 요청하는 등 의료기관 내외의 제도적 절차의 활용 수준은 모든 피해 유형에서 2% 미만으로 극히 저조했다. 대체로 참고 넘기거나, 주변에 하소연하거나, 의료기관 내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준의 매우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

보건의료노조는 정부, 노동사회, 보건의료노조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언‧폭행‧성폭력을 하나라도 경험한 응답자는 2011년 61.4%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9년 약 70%로 정점을 찍고 2024년 현재 약 60% 수준으로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감소되지 못했다며 실태조사마다 응답자의 과반이상이 폭언‧폭행‧성폭력을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폭언은 전체 수준과 유사한 수준의 비중을 보여 가장 잦은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건의료노조는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시행 이후, 제도 시행 이전의 약 70%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이 약 10%p 가량 감소한 60% 전후의 수준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내 긍정적인 제도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되나,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보완 및 시행을 통해 보건의료산업 종사자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줄지 않는 이직…교대제 개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지속 추진돼야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이직에 대한 생각이 높게 나타났다며 교대제 개선이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노동 조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직율은 노동조건을 측정하는 가장 주요한 지표로 보건의료노조는 지속적으로 이직율을 추적해 오고 있다면서 최근 5년 동안 이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와 ‘가끔씩 생각한 적이 있다’는 질문에 소폭이지만 2020년 66.6%에서 2023년까지 1%p 내외로 변동이 없었지만 2022년에는 67.9%로 높아졌고 올해는 64.6%로 낮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전반적으로 이직고려율이 60%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간호직과 약무직은 다른 직군에 비해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직 고려 사유로는 열악한 근무조건 및 노동강도가 1순위(39.2%)와 2순위(28.0%)로 모두 다른 사유에 비해 매해 계속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수준(1순위 29.3%, 2순위 20.5%)을 주요한 이직 고려 사유로 꼽았다. 모든 직군에서 60~70%가량이 낮은 임금수준과 열악한 근무조건‧노동강도를 최근 3개월간 이직 고려 1순위 사유로 꼽았다는 것.

특히 간호직과 간호조무직은 이직 고려 사유 1순위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를 더 많이 선택했으나 그 외 직군은 낮은 임금수준을 더 많이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행정직, 보건직, 약무직, 연구직의 경우 직장문화 및 인간관계(괴롭힘 등)를 이직 고려 1순위로 꼽는 사례가 10%가량으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각 직군의 밤 근무 경험 비율은 대부분의 직군에서 월 평균 5개에서 7개(특히 6개)에 집중됐으며 간호직의 경우 6개가 29.5%에 달했다. 거기에 5개 12.9%와 7개 13.3%를 합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7%가 한 달에 5~7 차례 밤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교대자는 6개의 밤 근무가 37.2%로 가장 많았고 5개와 7개가 각각 16.7%, 16.5%, 4개가 12.4%로 82.8%가 한 달에 4~7차례 밤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야간간호 특별수당 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들은 적은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분의 2가량인 64.0%에 달했으며 ‘잘 알고 있는’ 경우는 27.1%, ‘전혀 모르는’ 경우도 8.8%로 열 명 중 한 명은 야간간호 특별수당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간호 특별수당 지급 여부를 묻자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가 59.2%로 절반을 상회했으며 ‘받은 적이 없다’도 27.5%로 네 명 중 한 명꼴로 야간간호 특별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받았다가 지금은 못 받고 있는’ 경우와 ‘받을 예정인’ 경우도 각각 5.8%, 7.5%로 40.8%가 사실상 야간간호 특별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건의료노조는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보건의료노조의 위탁을 받아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수행했으며 △임금현황 △노동시간 △노동조건 △조직운영 △폭언‧폭행‧성폭력 및 직장내 괴롭힘(갑질) △일생활 양립-출산 △일생활 양립-육아 등 총 7개 여역의 구조화된 문항에 자기 기입식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 0.3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