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헌재 판결 존중하나 비의료인 문신시술 허용 입법 재량 영역”
현재 총 9건의 문신합법화 법안이 다양한 법안명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존 의료 관련 법령들과의 체계정합성 문제,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원칙 예외 등으로 향후 의료직역의 면허 관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7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국민건강권 침해하는 문신합법화 문제 및 대안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문신은 의료행위로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행위는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로 의료법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신 관련 업계에서는 문신 시술이 이미 대중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돼 많은 이들이 시술을 받고 있는 만큼 문신에 대한 적절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는 피부질환 및 감염의 위성이 있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문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안(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타투업법안(정의당 류호정 의원) △문신‧반영구화장문신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 △반영구화장사법안(국민의힘 홍석준 의원) △문신사‧반영구화장사법안(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반영구화장두피법안(국민의힘 최영희 의원)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 총 9건의 법안이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신·반영구화장 합법화 법안들이 대법원의 의료행위 관련 법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의 판단과도 부조화하는 등 기존 의료 관련 법령과의 체계정합성 문제로 오히려 향후 의료직역의 면허 관리 전반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이날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대법원은 의료법상 의료행위를 기본적으로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여기에서의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다며 문신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일관하게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하급심은 자동문신용 기계로 눈썹 또는 속눈썹 부위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여 문신하는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표피에만 색소를 주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그 시술 방법이 어떤 것인지, 이것으로 영구적 문신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지 않아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면서 “이는 ‘문신 역시 의료행위이므로 의료행위에 대한 기존의 법리에 따라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함’을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대법원의 의료행위 관련 법리를 충분히 반영치 않아 사후적 관리감독 절차에 중점이 있고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를 사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단과도 발의된 법안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문신시술의 위험성, 안전성 확보 요건, 의료인과 비의료인의 차이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인에 의하여 문신시술이 시행되어야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고, 비의료인에게 문신시술을 허용할 경우 현재와 같이 의료인에게만 허용하는 경우에 상응하는 정도로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헌법재판소는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시술의 위험성을 해소 또는 경감할 수 있는 의학적 방안,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비의료인에게도(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가능한 수준까지는) 의료인에 준하는 대응능력과 의무를 구비시킬 것을 전제로 문신업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발의된 법안들은 의료인에 준하는 대응능력과 의무를 구비하는 수준은 차치하고, 이러한 내용만으로 문신업자들에게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가능한 최소한의 수준을 구비하고 유지하도록 할 수 있는지 의문인 바, 이는 문신업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보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우선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조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의료 관련 법령과의 체계정합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꼽았다.
체계정합성은 입법기능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원칙으로서, 법규범 상호간에는 규범규조나 규범내용 면에서 서로 상치 내지 모순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법령이 전체 법질서나 다른 법령 간의 관계에 있어서 불일치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 일정 정도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료기사도 반드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도록 규정 의료기사보다 더 많은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료인인 간호사 역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가장 높은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료인인 의사 역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이처럼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원칙’은 의료 관련 법령 전반에 걸쳐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발의된 법안들은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대부분 면허도 아닌 자격이 부여될 것을 예정하고 있는 면허나 자격의 질 관리 수준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문신업자들에게, 명백한 의료행위인 문신시술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내용”이라며 “만약 법안들이 그대로 입법될 경우 기존 의료 관련 법령들과의 체계정합성에 심각한 문제를 끼치고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원칙의 심각한 예외가 돼 향후 의료직역의 면허 관리 전반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계의 문신합법화 반대 주장에 보건복지부는 헌번재판소이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비의료인에 문신 시술 허용은 입법재량의 영역이라며 문신합법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정희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생활보건TF 팀장은 “헌법재판소에서도 외국처럼 시술자를 교육시키고 문신 시술 환경을 관리해 주면서 비의료인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대안을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대안을 선택할지 여부는 입법재량의 영역에 해당한다”며 “입법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일부 헌번재판관은 현대 기술과 도구가 많이 발달해 침습이나 감염 문제 염려로 인한 위험성은 충분히 예방가능하고 시술자들한테 어느 일정 자격을 부여해서 시술을 관리하도록 하는 게 시술의 위험성을 오히려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의견도 주신 바 있다”면서 “최근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단체 간 이견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 다음 소위때 논의를 하자고 요구하신 만큼 오늘 이후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