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수술행위 및 재료비 인정해야…상대가치 틀 벗어나는 정책수가 필요
수술을 좋아해서 정형외과를 선택했지만,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 대한정형외과학회의 읍소가 심상치 않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술 수가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정형외과의 퇴보까지 걱정해야 한 상황이라는 것.
대한정형외과학회(이사장 정홍근, 건국대학교병원)는 5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술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정형외과의 비현실적인 수술 수가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정홍근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수술포기 현상, 전공의들의 정형외과 기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선 병원들, 상급종합병원과 빅5 조차 신규 장비 도입 등 정형외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는 상황.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터무니없이 낮은 수술 수가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정형외과의 수술 수가는 미국과 일본의 5분의 1에서 크게는 20분의 1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홍근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형외과 수술 전문의를 목표로 하는 젊은 의사들이 날이 갈수록 줄고 있어 근골격계 필수의료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매력적인 진료과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수술할 의사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하루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정형외과는 퇴보하고 말 것이고 결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술 의사를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단순히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로 일반외과나 흉부외과에 비해 정부의 관심을 못 받고 있는데 실상은 형편없는 수술 수가로 인해 정부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게 정홍근 이사장의 주장이다.
정 이사장은 “정형외과 지원자가 많아 보이지만, 껍질을 까보면 수술 수가가 매우 낮아 결국 대부분이 수술을 포기하기 때문에 되려 일반외과나 흉부외과보다 더 힘들다”며 “정형외과는 암 환자가 많은 진료과는 아니지만, 환자들이 다시 사회에 복귀해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국가 경제력에 도움이 되니 정부는 실상을 확실히 파악한 뒤 다른 외과만큼 관심과 지원이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승범 보험위원장(고려대학교안암병원)은 현재 전국 대학병원 대부분의 정형외과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빅5조차 수술 수가가 낮은 정형외과를 멀리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관절경 수술의 불합리한 보상 적용 △기본 감염관리를 위한 일회용 방포 보상 전무 △협소한 물리치료 인정 부위로 인한 부담 가중 등이 대표적인 정형외과 급여기준의 문제 사례라고 소개한 한승범 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에 따르면 관절경 수술은 수술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개방성 수술과 동일한 수가가 적용되며 관절경 재료대의 경우 정액 수가를 적용받아 실제 제료대와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이다.
또한 감염관리 방포에 대상 보상이 없으며 물리치료는 1일 한 부위만 수가가 인정된다.
한 위원장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가 낮기 때문에 대학병원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고 환자 입원까지 쉽지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형외과의 발전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기정 기준 개선 등을 통해 전문의를 지속해서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수술 수가 현실화와 더불어 산정 불가 재료의 실제 가격 보상과 80세 이상 내과 질환 동반환자 수술에 대한 전문진료질병군 지정으로 의료비 왜곡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형외과학회는 상대가치 제도 안에서 펼쳐지는 진료과별 제로섬 게임으로는 정형외과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할 수 없다며, 적절한 정책수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상대가치의 벽을 허문 흉부외과와 일반외과의 정책가산 수가, 필수의료에 대한 정책수가 등처럼 정형외과 수술도 상대가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상대가치의 틀을 깨는 또 다른 이름의 정형외과 관련 수가 도입을 결단해야만, 최근 들어 급여는 줄고 비급여는 늘고 있는 정형외과의 심상치 않은 현실을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