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관련 현안 논의에 집중
보건복지부가 요청한 의사 인력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일절 없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박성민)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심사를 1년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심사위원회(Peer Review Committee, PRC)와 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 Reivew Committee, SRC)에 참여한 시간이 짧아 충분한 근거가 쌓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단, 6개월 후 분석심사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아울러 의협 집행부에 2024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 권고문도 채택한 대의원들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4월 24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보험·학술 분과위원회 심의 안건 결과를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날 이목을 집중시킨 안건은 심평원 분석심사 재참여 및 건보공단 수가협상 관련 이슈였다.
우선 분석심사의 경우 지난해 한시적 참여를 결정했지만, PRC와 SRC 위원 구성이 늦어져 평가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게 박상준 보험·학술 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설명이다.
박상준 위원장은 “기준 자료를 갖고 분석심사 참여 지속 여부를 평가해야 하는데, PRC와 SRC 위원 구성이 늦어지는 바람에 근거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협이 분석심사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고혈압과 당뇨병 위원회만 가까스로 2회 열렸으나 견관절은 1회, 우울증은 아직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즉, 분석심사라는 제도를 파악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위원회 개최 횟수인 것.
박 위원장은 “분석심사에 대한 큰 피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 1년 더 연장해 데이터를 수집·평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며 “단지 6개월 후에 분석심사 중간평가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단서를 달았다”고 말했다.
박준일 의협 보험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의협은 최근 PRC와 SRC에 참여한 위원을 대상으로 제도 지속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8명의 위원 중 60명이 응답했으며, 이 중 68%가량인 41명이 분석심사 참여를 지속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일 보험이사는 “이미 위원회에 여러 차례 참여한 위원들은 기관 유형 선정에서 분석심사가 의료 질 이외에 비용까지 관리하는 점을 심평원이나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건의·설득하고 있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왜 반대를 하는지 등을 계속 어필하려면 참여를 일단 지속하자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언급했다.
박 이사는 이어 “아이러니하게 반대 의견을 낸 20여 명도 변이 이상 관리가 의료의 질보다는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그 이유”라며 “이처럼 데이터가 너무 부족한 상태로, 수집되는 데로 분석해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제도에 지속해서 참여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을 빼기 힘들다는 등의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좌훈정 대의원(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은 “어떤 제도든 너무 오래 참여하면 빠져나오고 싶어도 못 빠져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최근 만성질환관리료와 검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실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분석심사가 정착되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 대의원은 “기간이 짧아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점을 이해하기에 연장 참여에 동의하나, 지난해에도 똑같은 말을 한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내년 정총 때는 반드시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근거를 도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현영 대의원도 “회원들은 분석심사가 의사를 더 옥죄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며 “지금은 의협에서 반대하니 심평원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풀어주는 느낌인데, 향후 변질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의원회, 집행부에 올해 수가협상 ‘최소 5% 이상 인상률’ 당부
이날 대의원회는 눈앞으로 다가온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2024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보험·학술 분과위원회의 권고문을 채택하고 이를 의협 집행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올해 의원유형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수가 인상률을 얻어내라는 것.
하지만 일부 대의원은 최근 몇 년간 의원유형의 평균 수가 인상률이 2.2%대인 점을 고려할 때 5%는 비현실적이라며, 차라리 밴드(추가소요재정)를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단체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위원장은 “2024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높은 임금 인상률과 물가 인상률 등을 고려해 최소 5% 이상의 수가 인상률을 얻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의협 집행부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동석 대의원(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보험·학술 분과위원회의 권고문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직언을 건넸다.
김 대의원은 “지난 2년간 수가협상단장으로 참여한 경험 상 권고안에서 제시한 5% 이상의 수가 인상률은 사실상 이뤄질 수 없다”며 “수가협상의 문제점을 항상 지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또한 현재의 협상 절차는 건보공단과 가입자가 이미 인상률을 정해놓고 수가협상 테이블만 펼쳐놓는 비합리적이고 모멸적인 방식인 데다가, 건보공단이 새로운 모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해와 동일한 SGR 모형을 적용하는 점 등을 꼬집은 김 대의원이다.
그는 “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위원회에 건보공단, 시민단체, 노조 등은 들어가는데 공급자단체는 배제됐다”며 “차라리 재정위원회에 의료계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후, 만약 거부당한다면 의협 집행부가 각 공급자 대표들을 만나 다 같이 수가협상을 거부하도록 노력해 달라는 내용을 권고문에 담는 게 낫다”고 역설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의협 대의원회에 거듭 요청한 의사 인력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날 정총에서 일절 언급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