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조만간 수가 등 필수의료 확충 위한 정부 정책 발표
국회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바라본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 모색’ 정책토론회 개최
최근 뇌출혈로 인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필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요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의사수 확대보다는 중증진료에 대한 의료수가 현실화 및 의료진에 대한 처우개선 등 과감한 투자와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분야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수가 등 필수의료 확충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8월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바라본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 모색’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뇌동맥류 개두술이 가능한 뇌혈관외과의사와 같은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선 중증진료에 대한 의료수가 현실화 및 의료진에 대한 처우개선을 강조했다.
뇌혈관학회에 따르면 현재 뇌동맥류 개두술이 가능한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는 전국에 대략 150여 명 정도로 추정되나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처럼 의료진 부재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한 병원에 최소 3명의 뇌혈관외과 의사가 필요하다며 최소 100명 이상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아산병원 뇌출혈 환자 사망 원인 분석 및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한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뇌혈관외과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우수한 의료인력의 필수분야 지원을 위한 유인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김 이사는 △수련기관, 고난이도 수술 등 필수의료 수가 가산제 △인재교육과 배출이 가능한 호의적 진료 환경구축 △중증환자 선의의 진료 행위 결과에 대한 면책 보장 △상대가치점수 현실화 △의료정책 입안 주요 의사결정 구조의 합리화 △인적자산 확충 및 지역별 균형 분배를 위한 선제적 국가지원 등을 필수의료분야 진료역량 강화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이사는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들의 여건을 살펴야 할 시기가 됐다. 지금의 수가와 보상체계가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상대가치점수의 적정수준 현실화 자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행위별 수가제를 운영하는 일본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도 안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뇌동맥류 경부 클리핑을 시행할 경우 일본은 1,000만원이 넘는 수가를 주지만 우리나라는 약 240만원을 준다. 일본에 비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라며 “해당 전문가의 견해를 듣고 정밀하고 고도화 되도록 상개가치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도가 높은 치료에 대해 단순히 건수에 비례한 인적 구조를 기준으로 정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현재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운영지침을 보면 신경과 전문의 3명 이상,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이상, 신경중재시술 전문의 1명 이상으로 되어 있다.
김 이사는 “이 기준대로라면 3명의 신경과 전문의는 그래도 3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당직을 설 수 있지만 신경외과 전문의는 혼자서 1년 365일 당직을 서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기준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신승훈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정책이사(분당차병원)도 ‘심뇌혈관/웅급의료 정책에서 소외된 신경외과,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발표를 통해 김 이사의 주장에 동조했다.
전문인력이 필수의료 문제의 핵심이라고 전제한 그는 “당직 체계가 되려면 최소한 3명 이상의 신경외과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같은 국가정책에서 신경외과 의사의 필요 인원을 누가 정했나? 실제 신경외과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뇌혈관질환 전문학회와 정부의 정책 컨소시엄 구축을 해결책으로 제언했다.
신 이사는 “심뇌혈관질환 및 중증응급의료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는데 있어 신경외과를 참여시키고 일부 특정학회의 의견을 무작위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실질적인 치료를 주도하는 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응급질환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수가개선이 필요한 만큼 응급의료기금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재정적인 부분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도 수가 문제와 전문가의 정책 참여 배제가 가장 큰 문제로 언급됐다.
임동준 대한뇌혈관외과학회장은 “이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의 본질은 숙련된 뇌혈과외과 의사의 부족으로 본다”며 “실제로는 250여 명 정도가 필요하나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한계에 즉면한 했다”고 호소했다.
임 회장은 이어 “만성적인 저수가와 여러 가지 국가정책에 전문가의 참여가 배제된 것이 문제라고 본다”면서 “고난이도 수술 등 필수의료분야에 수가가산제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수술을 같이 할 수 있는 보조인력을 확보하는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실제 원가도 안되는 의료수가를 적어도 OECD 국가의 평균 정도라도 회복시켜야 뜻있고 실력있는 의사, 간호사, 기사들이 중증진료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다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치료에 종사하는 뇌혈관수술 의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일을 단순히 의사수(의대정원)를 늘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공의료기관의 확충과도 거리가 매우 먼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박석규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정책이사는 “당장 해결되지 못하면 큰 사고가 나며, 한편으로는 시장에만 맡길 경우 왜곡될 수 있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분야가 필수의료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책적으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분쟁특례법 마련과 필수의료육성 및 지원을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필수의료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법제정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해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의료행위에 근본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사고의 발생 가능성과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나는 의료사고에 대해 일정부분의 면책과 지원을 통해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소위 ‘의료분쟁특례법’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필수의료국가책임제’ 시행과 함께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의 의무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별재원을 마련해 필수의료를 육성하며 필수의료에 대한 우선순위와 수가정상화 등을 위해 의료전문가가 50% 이상 참여하는 독립된 협의체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정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수가 가산에 동의한다. 다만 수가를 올리는 분야는 나중에 비용과 관련이 있고 필수의료분야에 대해서도 의료계 안에서의 정의 및 동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고 과장은 “한번에 모든 필수의료분야 수가를 올릴 수 없다면 가장 시급한 분야가 무엇인지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어디부터 필수의료분야 수가로 지원할지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필수의료분야 인원에 대한 확충 문제 역시 의대정원 확대부터 전공의 확대까지 또는 의대부터 지원하는 방안, 전공의부터 지원하는 방안, 현장의 전문의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드웨어 분야는 정부예산으로 지원하고 운영적인 측면은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이를 의료계와 함께 논의할 것이고 여기에는 관련된 모든 과들이 참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복지부 차관이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와 간담회를 진행했고 다른 필수과에 대해서도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조만간 수가 등 필수의료 확충에 대한 정부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