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국시 문제·의사인력 부족·의사면허 강화 등 거론
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민석) 국정감사가 10월 22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이번 국감은 독감백신 상온 배달 이슈로 시작해 독감백신 사망사고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떠올라 말 그대로 독감백신으로 시작해 독감백신으로 일단락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의원들은 마지막 종합국감에서도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를 비롯해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지역의사제 필요성, 의사면허, 병원회계 감독 강화 등 의료계와 관련된 문제점도 상당수 거론했다.
이날 야당인 국민의힘은 먼저 독감백신 접종자 사망이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자 철저한 사망원인 규명과 함께 관리체계 강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접종 잠정 중단 검토 등을 촉구하며 공세를 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015년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 5년 반 동안 총 1만 3769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한 해 평균 2700건의 이상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특이한 상황은 아니라 공세를 차단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아직 구체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예방접종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면서 “사망자와 백신의 인과관계는 사망원인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사망사례에 대해서는 최대한 접종과의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의힘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법과 원칙 대로 처리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은 “복지부는 의사고시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인가”라며 “당장 내년에 전공의 숫자, 수년 후에는 공보의도 부족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호영 의원은 “의대생들이 집단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국가기관이 감정을 가지고 문제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인지를 고려하고 향후 의사인력 수급에 문제가 없는지 영향을 분석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과련해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현재로서는 없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고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의협이 의정협의체 구성 전제조건으로 국시문제 해결이라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의협으로부터 의정협의체 구성에 대한 공문을 받았고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답을 드린 상태다. 지난 9월 4일 합의에 전혀 포함된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합의 내용에도 없는 의대생 구제가 전제조건이 돼서는 안된다. 많은 국민들의 우려 속에 진행된 집단휴진이었고 국민들 앞에서 복지부와 의협이 합의한 것”이라며 “협의체 구성을 의대생 구제 난관으로 부딪치는 것은 문제다. 감정의 문제인가? 복지부는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가지고 공정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감정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의한 것이고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다만 안타까움이 있다. 화가 난다는 감정이 아니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이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대리수술을 교사한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대리수술 지시 의사 역시 실행범과 똑같은 수위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
권 의원은 “‘교사’는 자격없는 사람에게 있는 사람이 시키는 것인데 형법에서는 처벌 수위가 동일하다. 그러나 의료법은 시술자는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내리지만 교사한 의사는 면허정지 3개월만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교사범이 더 죄질이 나쁘다. 이른 유령수술, 대리수술 근절을 위해선 최소한 사준한 교사범도 실행범과 처벌이 똑같아야 한다”면서 “물리적으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한데 내부는 몰라도 최소한 출입구에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권 의원은 “의사와 의사간 대리수술도 의료법 위반이다. 그런데 현행법상에서는 의료법 위반이 아니고 이런 경우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돼 이 역시도 의료법상에 처벌 항목을 둬야 한다”면서 “의사면허는 취소돼도 거의 100% 재발급 되고 있다. 1차로 의사면허가 취소되면 의사시험을 다시 보게 하고 2번 이상 취소되면 영구박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장관은 “CCTV 설치는 논란이 많지만 입구에 설치하는 정도는 괜찬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면허 강화는 입법사안으로 법을 만들어 주시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겠다”고 동의했다.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지역의사제 필요성도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각 지역에 있는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서의 전원환자가 많다. 응급의료환자가 발생하면 그 권역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데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전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원 사유가 병실 부족, 중환자실 부족, 처치 불가,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건수가 매년 나아지는 게 아니라 늘고 있고 더 심각해 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서울시 등 대도시는 병실 부족, 중환자실 부족으로 전원을 한다. 반면에 지방에 있는 곳은 처치 불가, 전문의료인력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서 “전원이 많은 지역을 살펴보니 전남, 경북, 등이다. 여기에도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가 나고 있다. 의료인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했다.
같은당의 허종식 의원도 “강화군민 10명 중 7명이 인천이나 서울로 나가서 치료를 받고 옹진군은 10명 중 8명이 서울이나 인천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얼마전 진료거부와 동맹휴업을 했던 의료인들은 의사가 부족하지도 않고 지역의사제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국민들도 다 아는 걸 왜 의료인들은 모르는 것인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박능후 장관은 “동의한다. 필수 전문의들이 부족하다. 그래서 지역의사제 등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의 의견도 들으면서 부족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급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강병원 의원은 각각 의사의 독점적 지위 개선과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거론했다.
서 의원은 “의사와 간호사 간 업무조정에 따른 의료법 개정, 전문간호사 법적 근거 마련 등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왔다. 과학기술이 발전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보건의료 현장이 각 보건의료 직역의 협업과 분업화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행 의사 중심의 낡은 의료체계가 변화해야 한다. 결국 의사의 독점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비대면 진료를 1차 의료기관에 한정하고 초진은 무조건 대면 진료로 하며 진료권 제한, 횟수 제한, 고혈압 당뇨등 만성질환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하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질의에 “병원협회는 공공의대와 관련해 크게 반대하고 찬성하거나 하지 않았다”면서 “협회 내부에서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다”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