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4차산업혁명과 병원의료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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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4차산업혁명과 병원의료산업
  • 병원신문
  • 승인 2019.04.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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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4차보건산업추진단장
우리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악화되는 양상은 쉽게 확인․추계할 수는 있으나 그 해결책은 쉽게 도출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17년 노인인구의 비율이 14%에 이르고 ‘26년에는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에 ‘17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경제성장 기조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국민의료비의 빠른 증가, 국민건강의 질 저하, 건강보험 보장률의 정체 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같은 인구통계학적인 문제 외에도 우리 보건의료체계는 내재적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의료기관 종별 기능 정립 및 대형병원 쏠림 현상, 의료자원의 지역․계층간 불평등, 일차의료의 질 저하 등 시스템적인 문제점들이 우리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의료기술의 질적 우수성을 확보하며, 건강보험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여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전 세계적인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변화 방향을 의료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도입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의료산업에서 4차산업혁명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ICT융합기술, 바이오 융합 신기술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단과 치료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를 4차산업혁명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다양한 기술과 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예방과 사후관리까지 확대시켜 환자중심의 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의료기술의 효과성 및 효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정밀의료와 재생의료에 대한 연구와 임상 적용을 통해 기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디지털헬스케어가 제공할 수 있는 폭 넓은 기술적, 편의적 요소들을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 내에 도입하여 현재는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 예방, 사후관리로까지 의료서비스 제공 영역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의료산업에서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외국의 움직임은 현재 세계의 의료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국가들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바이오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연구결과의 제품화 촉진, 혁신적 규제개혁 등의 5대 전략을 포함하고 있는 바이오 경제 청사진,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15년에 발표하여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치유법’ 제정(‘16년)을 통해 혁신 의약품‧의료기기의 허가기간을 단축하고,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공유‧분석하여 활용하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기초과학 지원, 창업 및 기업성장 지원, 혁신적 치료와 기술 적용을 위한 NHS와 산업계의 협업, 데이터와 디지털기기의 활용 확대 및 인재 양성 등을 포함하고 있는 미래 산업전략을 ‘17년 발표하여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100K 게놈프로젝트로 500만명의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활용하는 전세계 최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가까운 일본 또한 ‘14년 의약품 조건‧기한부 승인제도를 도입하여 R&D의 실용화를 촉진하고, ‘17년 발표된 ‘미래투자전략’에서는 ‘건강수명 연장’을 5대 신성장 전략분야의 하나로 제시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투자전략’에서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데이터 활용기반을 구축하고 재생의료, AI의 개발‧실용화, 건강경영 등을 포함하여 미래 의료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 또한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여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다양한 아젠다들을 제시하고 정책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4차산업혁명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우리 의료산업에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축적해온 세계적인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보건의료빅데이터플랫폼’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우리 국민들의 의료이용 결과 데이터가 보건의료 정책에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높은 보급률을 가진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한 진료정보교류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의 근본적인 활용도 제고를 위해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인증제 시범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진단‧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 ‘정밀의료 암 진단‧치료법 개발’, ‘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보급’, AI를 기반으로 주요 질환에 대한 정밀진단‧치료를 위한 솔루션 개발 등의 정책과 R&D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의료산업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우리의 R&D 투자와 정책방향은 외국의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진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의료서비스 기술을 제외하면 제약, 의료기기, 디지털헬스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기대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많은 투자와 지속적인 노력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합리적인 규제, 일관성 없는 정책,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부족 등 완벽한 것은 없으니 따지자면 모든 것이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혁명’의 관점에서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혁명’은 정부가 원인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주도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의 의료산업에서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끌고 가고 있는 것은 혹시 정부가 아닌가?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의료산업에서 가장 주요한 참여자는 의료기관일 것이다. 의료산업에서 4차산업혁명으로 미래의 의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혁명의 주축으로서 그 변화를 선도해야 진정한 혁명이 일어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의료기관에서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 수 있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그러한 노력들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수행하는 R&D에서는 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경영 전반에서는 아직 그 분위기를 감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진단‧치료‧간호‧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와는 다른 혁명적 변화의 기운을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제해서 R&D에서 병원의 경영까지 모든 분야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의료산업에서의 4차산업혁명일 것이다. AI를 활용한 진단에 건강보험 수가가 지불되지 않아 병원의 적극적인 활용이 어렵다. 사실이다. 그러나 AI를 활용하여 병원의 의료사고, 오진 등을 줄일 수 있다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유‧무형의 편익은 투자비를 상회하지 않을까?. 병원 비용의 약 50%는 인건비다. 간호사는 채용하기도 힘들다. 적절한 인력활용을 위해 병원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분석해 보면 어떨까? 적절한 분야에 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의료산업의 속성상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움직이는 산업의 속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4차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밝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기존의 규제 순응적인 경영시스템에서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도적인 경영체계로 병원의 운영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또한 이러한 경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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