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조치 없는 전공의법, 수련병원 고충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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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조치 없는 전공의법, 수련병원 고충 외면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9.02.1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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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대체인력 대안 없이 시행
의료진 공백으로 인해 환자안전까지 위협 우려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수련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돼 그에 따른 업무공백을 메꿀 수 있는 대체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는 수련병원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월14일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에서 법령 미준수가 확인된 수련병원 94곳에 대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특별법)에 따라 과태료 및 시정명령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선 수련병원장들은 “전공의특별법 시행 후 후속조치 없이 모든 책임을 수련병원에 전가시키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주 대한수련병원협의회 회장은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대안을 감안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입법이었다”며 “중증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 대다수(42곳 중 32곳)가 과태료와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수련시간 단축 시행 전부터 “단계적인 법 적용으로 제도의 연착륙을 도모하자”고 주장했었다.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대체인력 투입이 있어야 했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수련비용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안 중 하나인 입원전담전문의 채용도 급여나 불안정한 신분문제 등으로 지원자가 많지 않아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

A 수련병원장은 의료 인력난이 정확한 수급 추계 없이 정책을 추진한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의료진 공백이 환자안전에 위협이 될까 우려했다.

B 수련병원장도 “대체인력 투입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전공의특별법 준수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수련병원이 법을 준수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과정 강화로 수련기관 감당 비용 지속 증가...국고 지원 의무화 시급

대한병원협회는 전공의특별법 입법 당시 수련시간 단축으로 발생하는 업무공백을 16만5천30시간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주40시간 근무를 적용하면 약 4천148명의 의사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용으로 환산해 약 3천500억원의 추가 재정(병원당 4억7천만원∼27억5천만원)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지원책 마련 없이 수련시간 준수 여부에 따른 법적 처분만 내리고 있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1만5천명이 넘는 전공의에 지불되는 임금은 4천300억원에서 6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당직수당을 포함한 각종 제수당을 제외한 금액이다.

전공의들을 교육시키는 지도전문의에 소요되는 임금은 이보다 더 많다. 1만4천명이 조금 넘는 지도전문의의 총 연봉은 2조원 정도. 그 중 수련교육활동 비율이 42%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공의 수련교육에 8천3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임금에만 1조2천억원에서 1조4천억원 가량의 인건비가 필요한 반면, 정부에서 명목상 지원하는 비용은 의료질향상 지원금 7천억 중 560억원 뿐이다. 사실상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지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전공의 수련비용에 대한 국고 지원 의무화는 시급하다.

은백린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총무이사는 최근 심포지엄에서 법에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비용을 수련기관에 지원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전공의법 시행에 발맞춰 수련교육과정을 강화하면서 수련기관이 감당해야하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장 전공의 인건비 지원도 결정이 안 된 상황에서 수련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비용은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전공의특별법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국가와 수련병원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련비용 역시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공의와 지도전문의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어렵다면 수련병원에 대한 수가 가산율 적용이나 선진국처럼 보험자가 부담하는 방식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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