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코스 한번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내가 교수급 건축가와 전문 잡지나 사이트에서 보아온 대형 미국의 건축사무소 실무진들이 잔뜩 강의를 듣는 학회라니, 그런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듣고 있자니 모든 게 불편 그 자체였던 것이다.
어느덧 몇 해를 지나 보니 이젠 초록 눈들이 마추칠 때 ‘Hi ’ 하면서 인사를 나누며 학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만찬과 이벤트 스케줄을 찾아 배도 채우게 되고, 축제와도 같은 컨퍼런스의 분위기를 함께 즐기게 되었다. 게다가 같이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까지 소개해서 함께 가게 되었다. 늘 도전하려는 나의 삶에 그 곳을 찾아 가는 것은 한 해의 담금질과도 같은 일이기도 하다.올해 기조 연설은 사진만 봐도 너무나 아름답고 싱그러운 미소가 가득한 여성 강연자였다. 그녀는 TED 강연을 했고 디자이너라면 선망의 회사인 IDEO에서 일을 했던 촉망받는 디자이너로 현재 뉴욕 스쿨오브아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잉그리드 페텔 리 (Ingrid Fetell Lee) 다.
왠지 LEE 라는 성을 보니 ‘한국계인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얼굴을 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녀의 옷차림은 소니아 리키엘의 믹스매치 컬러 원피스였는데 그녀가 말하는 다양한 사물에서 느낄 수 있는 패턴과 컬러 등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과 잘 맞아 떨어져서 강연에 더 집중이 되는 것 같았다.아침 8시부터 첫 번째 기조 강연을 듣기 위해 수 백명이 모였다. 강연 장 바로 앞에 마련된 브랙퍼스트는 따뜻한 빵과 그윽한 커피였는데 그 것을 집어 들고 낯선 외국인들과 라운드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이 여전히 쑥스러웠다. 그러나 차츰 그녀의 기쁨의 미학
그녀의 ‘기쁨의 미학’ 강연은 즐거웠고 시간 내내 맑은 웃음과 밝은 옷차림까지도 내 마음에 깊이 환하게 전달되어 다가왔다.
어느덧 이런 기쁨의 순간들과 배울 점, 그리고 몇 번의 진한 감동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할 수 있었던 컨퍼런스를 마치고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또다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이 어느새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의 어느 그림이다. 그리고 또 내 방 한 면의 벽면, 곧 예전에 맘에 들어 골라 놓았었지만 걸지 못했던 근사한 사진 한 점이 걸릴 예정이다.주변의 작은 기쁨,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근처에 놓고 그것을 보면서 기쁨으로 웃어 보는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순간들, 그런 삶이 채워진다면 나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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