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받은 여성환자, ‘엄마 되는 꿈’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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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받은 여성환자, ‘엄마 되는 꿈’ 이뤄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8.11.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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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수술과 시술 반복하던 여성 환자 기적의 출산
이대병원 의료진의 다학제 협진으로 철저한 관리 통해 이뤄낸 성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영어 ‘러블리(Lovely)’를 줄여서 아이의 태명을 ‘블리’로 지었어요. 이렇게 가슴에 안고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신생아 담도폐쇄증으로 카사이 수술을 받고 결국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이대목동병원(병원장 한종인) 소아외과, 이식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화기내과 등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과 헌신으로 건강을 되찾고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해 결국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뤘다.

35년 전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황달 증상을 보인 박혜령(35세, 여) 씨는 과거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되어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되고 이는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하게 된다.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상당수의 환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해서 간이식을 받게 된다.

박 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로부터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도를 만들어 주는 카사이(Kasai)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이후 성인이 돼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박 씨는 급작스럽게 간 기능이 저하되어 다시 이대목동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간경변증까지 진행되어 식도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했고, 간기능은 계속 나빠져 간이식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소화기내과에서 치료 중이었던 박 씨는 김태헌 교수의 의뢰로 간이식을 결정했다. 갓 군대를 제대한 동생이 선뜻 기증자로 나서며 홍근 교수의 집도하에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진행, 양호한 회복상태를 보이다가 수술 후 10일째 급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박 씨에게 담즙이 새어 나오는 합병증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영상의학과 최선영 교수와의 협진으로 배액관을 삽입하고 이후 여러 번의 시술을 통해서 박 씨의 상태가 호전되며 35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퇴원 후 3개월 만에 다시 담관이 좁아지는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는 등 담관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많았다.

오랜 병원 생활 이후 상태가 호전돼 배액관을 제거한 박 씨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2015년 9월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결혼 후 다시 황달과 가려움증이 발생했고, 결국 경피경간 담도배액술을 시행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다시 반복했다.

이후에 합병증도 없고 간 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홍근 교수는 2017년에 이르러 임신 계획에 대해 조심스레 확인한 후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에게 협진을 요청했다.

홍 교수는 박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곧바로 박 씨의 임신을 위해 면역억제제 등 먹고 있는 약들을 태아에 독성이 제일 적은 검증된 약으로 바꾸고 약의 용량을 최대한 줄였다.

간이식 후 임신 및 출산 과정은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어서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박 씨 부부의 노력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박 씨는 지난 8월 3일 3.5kg의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으며 아직까지 별다른 건강의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지난 2014년 정년퇴임한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는 박 씨의 출산 소식에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와 먼저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고 박씨의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도 했다.

박 씨의 주치의로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홍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가임기 이식환자가 계획적으로 준비해 임신과 출산을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이번 출산의 경험은 이식을 앞두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출산이 이식을 필요로 하는 가임기 여성 환자와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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