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병원 의료진의 다학제 협진으로 철저한 관리 통해 이뤄낸 성과
신생아 담도폐쇄증으로 카사이 수술을 받고 결국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이대목동병원(병원장 한종인) 소아외과, 이식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화기내과 등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과 헌신으로 건강을 되찾고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해 결국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뤘다.
35년 전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황달 증상을 보인 박혜령(35세, 여) 씨는 과거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되어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되고 이는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하게 된다.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상당수의 환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해서 간이식을 받게 된다.박 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로부터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담도를 만들어 주는 카사이(Kasai)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었다.
이후 성인이 돼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박 씨는 급작스럽게 간 기능이 저하되어 다시 이대목동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간경변증까지 진행되어 식도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했고, 간기능은 계속 나빠져 간이식이 필요한 상태였다.이에 소화기내과에서 치료 중이었던 박 씨는 김태헌 교수의 의뢰로 간이식을 결정했다. 갓 군대를 제대한 동생이 선뜻 기증자로 나서며 홍근 교수의 집도하에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진행, 양호한 회복상태를 보이다가 수술 후 10일째 급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힘들어하는 박 씨에게 담즙이 새어 나오는 합병증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영상의학과 최선영 교수와의 협진으로 배액관을 삽입하고 이후 여러 번의 시술을 통해서 박 씨의 상태가 호전되며 35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퇴원 후 3개월 만에 다시 담관이 좁아지는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는 등 담관과 관련된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많았다.오랜 병원 생활 이후 상태가 호전돼 배액관을 제거한 박 씨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2015년 9월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결혼 후 다시 황달과 가려움증이 발생했고, 결국 경피경간 담도배액술을 시행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다시 반복했다.
이후에 합병증도 없고 간 기능도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홍근 교수는 2017년에 이르러 임신 계획에 대해 조심스레 확인한 후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에게 협진을 요청했다.홍 교수는 박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곧바로 박 씨의 임신을 위해 면역억제제 등 먹고 있는 약들을 태아에 독성이 제일 적은 검증된 약으로 바꾸고 약의 용량을 최대한 줄였다.
간이식 후 임신 및 출산 과정은 산모뿐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어서 어려운 과정이다. 하지만 박 씨 부부의 노력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박 씨는 지난 8월 3일 3.5kg의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했으며 아직까지 별다른 건강의 이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지난 2014년 정년퇴임한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는 박 씨의 출산 소식에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와 먼저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고 박씨의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도 했다.
박 씨의 주치의로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홍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가임기 이식환자가 계획적으로 준비해 임신과 출산을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이번 출산의 경험은 이식을 앞두고 있는 여성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출산이 이식을 필요로 하는 가임기 여성 환자와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