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의 생각을 세밀히 알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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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의 생각을 세밀히 알 수 있어 좋았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10.2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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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인병원 컨설팅 결과 따라 4조3교대 시행
지속적인 모니터링 통해 문제점 해결에 초점

병원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시행중인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컨설팅’ 사업이 일선 병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병원신문은 지난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컨설팅을 받은 전주 대자인병원 정지영 간호부장<사진>을 만나 컨설팅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들어봤다.

대자인병원은 2016년 440병상의 종합병원으로 승격해 현재는 520병상 규모를 갖춘 급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병원이다. 간호사 수도 294명으로 입원환자 기준으로 간호등급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 인적자원 구성은 일반적인 지역 중소병원과 마찬가지로 2년 미만의 낮은 연차의 간호사가 72%를 차지하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이직률도 상승해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대자인병원은 2017년 9월28일부터 12월28일까지 약 12주간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받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재 일부 병동에 4조3교대 적용해 운영 중이다.

“우리 간호사들의 생각을 세밀히 알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대자인병원 정지영 간호부장은 컨설팅의 장점으로 교대근무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간호사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던 게 좋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컨설팅을 통해 병원 간호사들의 생각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게 오히려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근무제도를 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다.

정지영 간호부장은 “일단은 우리 간호사들의 생각들을 아주 세밀하게 알 수 있었고 근무형태, 병동별 필요 인력 수준도 알 수 있었던 점은 장점”이라며 “간호사들 간에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부분들 예를 들어 복지나, 근로조건 등 여러 가지 열악한 병원의 환경들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어서 이러한 의견에 맞춰서 부서장들의 향후 업무 계획과 과정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2년 200병상의 병원급으로 시작한 대자인병원은 짧은 기간 동안에 520병상의 종합병원으로 급성장했지만 문제는 간호사들의 연차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간호의 질이 높아져야 하지만 새로운 간호사들이 3년차 이상이 되면 이직하고 그 빈자리를 신규간호사가 채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정 부장은 “294명의 간호사 중 5년 이상 간호사가 고작 31명 뿐이다. 1~2년 차 간호사가 너무 많았다. 분석된 걸 보니 무려 전체 재직 간호사 가운데 71% 차지하고 있어 충격이었다”며 “환자안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늘 걱정하며 아무일 없었던 걸 기적으로 여길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간호사 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간호사들의 연차가 낮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자인병원의 선택 중 하나는 우선 간호사들의 교육과 시스템을 과감히 변화시킨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지난 2016년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준비하면서 환자안전과 간호 질 향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정지영 간호부장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 전체가 외래까지 함께 맡고 있다보니 연차가 낮은 간호사들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점이 있었다”며 “포상 제도도 만들고 교육을 강화하는 등 업무 지침 및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 다행히도 큰 사고 없이 환자안전문화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자인병원은 컨설팅을 받기 이전부터 근본적인 간호사 교대제도를 변화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 왔다고 했다.

정지영 간호부장은 2교대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일본의 병원까지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도하고 관련 설명회도 참석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사실 간호사들에게 오프(off)를 더 주기 위해 2교대를 초점에 뒀지만 오히려 간호사들은 2교대가 간호인력이 없어 더 쥐어짜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간호사들이 부정적이었다”면서 “시범적으로 재활병동에서 3개월간 실시해 본 결과 간호사들이 쉴 때는 너무 좋다고들 이야기는 했지만 결국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간호사 근무제도 컨설팅의 목적을 2교대가 아니면서도 간호사들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높이고 간호업무에 주력할 수 있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컨설팅에서 제안된 4조 3교대, 4조 2교대 중 4조 3교대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대자인병원은 57명의 신규간호사를 채용하고 이들의 이직을 줄이는 노력해 현재까지 11명만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이 줄었다는 게 위안 중 하나다. 

레지던트가 없는 병원이다 보니 간호사들이 일선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낮은 연차의 간호사들이 느끼는 부담감 등 환자 중증도는 떨어지지만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로 진단됐다.

또한 신규 간호사들이 일부 병동에 많이 포함되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이에 정지영 간호부장은 “중환자실 병동에 4조3교대로 신규 간호사를 조별로 한명 정도 포함시켜 운영해 봤을 때 가장 이상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경쟁까지는 아니지만 조장들이 책임감을 갖고 신규 간호사들의 훈련을 착실히 시켜 3개월만에 간호사 역량의 틀이 완성될 만큼 학습효과가 가장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지영 간호부장은 “4조3교대가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동일해 교육효과가 높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여가생활을 함께할 수 있어 팀워크가 증진된 점은 장점”이라면서 “반면 크게 부각 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조원 중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가 문제로 그럴 때는 원하는 조를 선택하게 하고 조원을 변경하거나 재조정 하는 등 모니터링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간호사들에게 워크시트를 주고 잘 관찰하도록 하면서 프리셉터에게는 교육 수준을 조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자인병원은 내년에 간호등급을 1등급에 맞춰 간호사를 충원하고 현재 2개 병동에서 시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체 병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입사 지원서가 많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정지영 간호부장은 “간호사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와 기숙사 제공은 물론 직장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복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육아가 힘든 간호사에게는 낮에만 일 할 수 있도록 편의도 제공하고 주 30시간 탄력 근무, 야간전담간호사도 도입해 운영 중이지만 간호사들이 오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간호사들이 결코 돈만 따라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돈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의미다.

정지영 간호부장은 “간호사들이 결코 돈만 보고 따라가지 않는다”며 “간호대학교 학생들이 지역의 중소병원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는 좋은 시스템과 자부심, 자긍심을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병원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대자인병원의 경우 병원 운영에 있어 간호사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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