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무장병원 근절’ 강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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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무장병원 근절’ 강도 높인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8.06.2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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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비급여 진료비 몰수 등 대책 제시
정영호 중병협 회장,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도 효과 충분할 것”
정부가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강도를 더욱 높여나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의료생협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 특사경제도 활용, 비급여 진료비 몰수 등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월20일 오전 10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급자단체, 시민단체, 법률전문가, 유관단체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무장병원 근절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복지부 신현두 서기관은 진입단계, 운영단계, 퇴출단계 등 세가지 단계별 추진전략이 제시된 종합대책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 특사경 제도를 활용한 사무장병원 단속 강화,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몰수·추징제도 도입 등이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허술한 인가조건으로 의료생협이 사무장병원 개설 통로로 활용됨에 따라 의료생협 제도를 폐지하고 의료사회적협동조합 제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신 서기관은 “의료생협의 설립기준이 강화되며 의료사협 기준과 차이가 없지만 관리권한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사경(특별사법경찰권한) 제도 활용과 관련해서는 중앙합동수사단(건보공단 특사경지원팀), 지방 특사경지원팀과 함께 상시단속 체계를 구축해 나갈 뜻임을 밝혔다.

여기에 특사경 권한을 건보공단에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무장병원 단속에 경찰이나 검찰이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복지부에 의료법 위반사항을 단속하는 특사경 권한이 부여된 바 있다.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복지부 또한 인력부족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건보공단에도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어렵다면 복지부 인력을 공단에 파견해 특사경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게 하면 권한 오남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의견을 건냈다.

이에 대해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현 의료제도에서 건보공단과 의료기관은 동등한 관계인데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수사 권한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며 “압수·수색·긴급체포 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은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어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복지부 정은영 과장은 이 같은 우려에 “의료계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공단에 권한을 확대하는 문제는 법률적으로도 복잡한 문제이다”라며 “특사경은 복지부에서 할 것이며 현재 권한 내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사무장병원 퇴출을 위해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몰수·추징제도 도입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신현두 서기관은 “비급여 진료비용은 별도 환수 등 제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법무부 소관) 대상 범죄에 사무장병원 관련 범죄를 추가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몰수 및 추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 역시 “비급여 진료비용이 인정된다면 사무장병원의 또 다른 유인책이 될 수 있는 만큼 비급여 진료비용 몰수뿐만 아니라 민간 사보험의 지급까지 막아야 한다"고 정부 방침에 힘을 보탰다.

반면 박대환 대검찰청 검사(형사2과 연구원)는 "비급여 진료비용은 환자의 선택에 의해 병원에 지급된 것이기에 개인이 병원에 요구해 돌려받아야 되는 부분이다”라며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몰수를 한다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이견을 표출했다.

이날 토론 자리에서 의료계는 정부가 제시한 종합대책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병원협회 부회장)은 “현재 정부가 추정하는 사무장병원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이렇게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만큼 사회적 폐해가 큰 사안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의료기관에는 비의사 의료법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행여라도 사무장병원으로 오인 받을까봐 굉장히 불안해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의료기관의 운영 형태나 경영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회장은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비껴간 사무장병원이 다시 발생한다면 거기에 맞는 기준을 재차 업데이트해 나가면 될 것이다”라며 “병협과 의협이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적극 동참한다면 가이드라인 제시만으로도 3~4년 내에 사무장병원이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자리를 마무리하며 복지부 정은영 과장은 “78개의 분석 지표를 만들어 의료기관들의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에 있다”며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되는 병원부터 감독에 들어갈 것이며, 적발되고 관리되는 유형을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이번 종합대책을 수립하며 미흡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오늘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규제가 오히려 과하다는 입장들이 많은 것 같다”며 “오늘 나온 의견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대책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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