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이상 성인 절반이 고혈압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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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0대 이상 성인 절반이 고혈압 환자?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11.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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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목표혈압 130-80mmHg 하향
사회·경제적 파장 클 듯…국내 가이드라인 내년 초 발표

11월13일 발표된 새로운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이 국내에 적용될 경우 30세 이상 한국인 절반가량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충북대병원장)는 11월15일 오후 5시 서울 삼성동 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롭게 제시된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과 관련한 학회 입장을 밝혔다.

이날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미국에서 제시된 고혈압 진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30세 이상 한국인 절반가량이 고혈압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롭게 제시된 미국 고혈압 진료 지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진단 기준 변경이다. 현행 140-90mmHg 기준이 130-80mmHg로 10mmHg가 하향된 수치다.

이를 기준으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세 이상 성인의 전체 50.5%, 남자 54.9%, 여자 42.2%가 고혈압 환자로 분류됐다. 이전 기준에서는 전체 32.0%, 남자 35.1%, 여자 29.1%가 고혈압 환자로 분류 된 점에 비춰보면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체 환자 수 역시 이전 기준에서는 총 1천18천명 수준에서 1천6527천명으로 약 650만명이 증가하는 셈이다.

미국 역시 현재 고혈압 유병률이 31.9%에서 45.6%로 크게 상승돼 약 3천100만명의 인구가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대한고혈압학회는 우리나라 고혈압 정의가 당장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이를 그대로 적용할지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심혈관질환의 예방적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검토는 하겠다고 했다.

그 배경에는 이번 지침이 미국 NIH 주도의 SPRINT 연구와 기존 900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고찰 하는 등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쉽게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는 “이번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은 철저한 혈압조절이 심혈관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접근으로 받아들일 만하다”면서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10년 심혈관사건발생률이 10% 이상인 고위험 인구에서 새로운 진단 기준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포함한 적극적 조절을 고려하고 그 외에는 종전과 같이 140-90mmHg 이상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차별적 접근을 권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새로운 미국 지침과 관련해 외국 학회들과도 의견을 조율 중에 있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국내 개정된 국내 지침을 발표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강석민 이사는 “일본과 아시아태평양 고혈압학회 등과도 의견을 조율 중이고 유럽에서는 공식적인 의견은 없지만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노인환자에게까지 이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고혈압학회는 2013년 처음 내놓은 진료지침 개정을 준비해 왔다”며 “이미 미국 지침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여러 국가의 의견들도 종합한 개정 진료지침을 내년 초에 내 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이 우리나라 고혈압 인지도 뿐만 아니라 치료율과 조절율을 향상 시켜 국내 사망원인 2, 3위인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이 감소되면 좋겠다”며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기준이 국내에서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30대 이상 성인 2명중 1명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돼 건강보험재정, 채용, 민간보험 가입, 건설현장, 운동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환자로 인한 폭발적인 고혈압 약 수요에 따른 건보재정의 불가피한 증가는 물론 민간보험사에서는 혈압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

극단적인 예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사람들도 나올 수 있다. 일용직 근로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건설현장의 경우 매일 아침 혈압을 측정하고 있어 이 역시 낮아진 기준으로 고혈압 환자로 분류될 경우 실업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학회도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별은 문제인 만큼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한국인과 서양인은 분명히 다른 만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지원의 장기적인 고혈압 연구를 피력했다.

조명찬 이사장은 “진료현장에서는 약을 더 쓸지 말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보험, 운동 등 여러 가지 규제사항으로 사회적 파장도 커져 이런 점도 고려돼야 한다”면서 “내년 초 학회 진료지침개정위원회에서 발표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인에 대한 고혈압 연구 데이터가 없다. 다행히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법률이 제정돼 5년마다 고혈압을 포함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만큼 정부지원의 연구조사사업 등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로운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은 △고혈압 측정 방법에 대한 중요성 강조: 가정혈압의 중요성 강조 △새로운 고혈압 분류 개정 △심혈관 위험도에 따른 고혈압 치료 알고리즘 제시 △고혈압 치료시 목표 혈압 하향 제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혈압 조절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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