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비급여 전환, 의료 양극화 부른다
상태바
섣부른 비급여 전환, 의료 양극화 부른다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7.02.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진식 병원협회 보험이사 "건보 재정 한계, 의료선택권 보장 위해 불가피"
의료제도 다른 일본 혼합진료 금지 도입은 충분한 연구과 사회적 논의 필요
현재의 건강보험 구조에서 비급여를 100% 급여화로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를 도입하는 것도 의료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2월17일(금) 오후1시30분부터 열린 ‘건강보험 100% 적용 의료비 걱정 없는 병원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날 정책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의료비부담 해소를 위한 접근 방향으로 급여체계 전환과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단계적 급여전환, 그리고 신포괄수가제 활용, 일본의 혼합진료금지 도입 등을 제시했다.

또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포괄수가제를 활용하거나 진료비 총액 계약을 기반으로 ‘비급여 없는 병원’의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박진식 보험이사는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되짚어 보는 것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가입자의 재정부담 한계 등을 고려해 마련한 재원을 기반으로 필수적인 행위에 대해 제한적인 급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

비급여는 이런 제한적 급여 서비스를 보충하는 보완재의 성격으로 작동했다. 국민의 의료선택권이라는 측면에서 인정됐던 것이다.

현재 비급여 진료비는 신의료기술(21.9%), 급여기준(32.7%)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의학적 비급여가 54.6%로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3대 비급여 제도 개편으로 축소되고 있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법정비급여가 32.9%에 달한다.

현재 발생하는 비급여 진료비의 대부분이 의료기술의 발전,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 국민의 선택권 인정 등과 관련한 비급여다.

박 보험이사는 “획일화 된 비급여 전환보다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의 선택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비급여를 급여 전환시 추가적인 의료수요까지 감안하면 발제자가 예상한 6조원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건강보험의 평균 당기흑자가 연 3조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최소 매년 3조 이상의 추가 재정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보험료 인상률로 계산하면 약 7%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해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장범위에 대한 결정이 필수적인데 신의료기술 등은 진료상의 경제성이 불명확해 비급여로 인정된 내용으로 횟수, 용량 등 급여기준에 따른 비급여부터 우선적으로 급여전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에 대해서는 급여범위의 확대, 기준 초과 비급여의 급여전환 등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내용에 대한 급여전환이 우선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신의료 기술 등에 환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혼합진료 금지의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와는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

혼합진료 금지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태로 국민의 수용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으며,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진료를 양극화하는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소지도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지불제도 개편 논의 또한 환자의 적정 서비스 제공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효율화 측면이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용 통제를 위한 신포괄수가제로의 전환, 총액계약제 검토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 보험이사는 “비급여는 건강보험 재정상 한계, 국민의 의료선택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라며 “국민의 의료서비스 선택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도 “비급여 문제의 복합적인 성격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지불제도, 수가 수준, 급여방식 등 다양한 측면의 제도 개선과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급여 발생유형 및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최적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정 보험급여과장은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모두 급여화하고, 공급자도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른 적정 진료 제공을 통해 비급여를 해소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이지만 보장률이 낮고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의료와 비필수 의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므로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합진료 금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건강보험 적용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대부분의 진료항목이 급여화돼 있고, 국민들의 인식도 급여 진료를 선호하고 있어 제도 시행 여건이 성숙해 있는 상황이며, 실제 혼합진료로 인해 환자가 전액 본인부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혼합진료 금지 시행 전에 국내 도입 가능성, 효과, 선행 조치사항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혼합진료금지 도입을 주장했다. 전면 급여화 초기부터 도입하지 않으면 “비급여 목록 정리가 불가능하고 비급여 풍선효과를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급여 항목 중에 경제성, 효과성이 없어 급여화되지 못한 부분과 MRI처럼 필수 의료서비스 항목이지만 재정 부담으로 지연된 부분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기준초과 비급여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임상진료지침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예외적인 환자 사례가 존재한다”며 “환자 개인 모두의 기록을 뒤져서 진료비를 삭감할 게 아니라 의료기관의 진료경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 동안 진료경향을 평가한 후 일정 수준 이상 급여기준에서 벗어난다면 의무 기록에 기반을 둔 심사를 하는 것이다. 

비급여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보였다. 다만 대상을 공공병원에 한정하지 말고 민간 및 대학병원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불방식 및 수가에 대해서는 외래의 경우 행위별 수가를 유지하되, 필수인 경우 기존 수가를 활용하고, 입원의 경우 신포괄수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급여 내 법정 본인부담금이 있고, 또 비급여가 있어 결국 이중으로 본인부담금을 내는 구조”라며 “비급여를 없애기보다 법정 본인부담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 내 보장성강화도 외래와 입원을 분리해서 재정추계 및 예측치를 맞출 수 있다며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우선 높인다는 관점에서는 입원부터 본인부담금을 경감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정 국장은 환자의 본인부담금 납부 방식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궁긍적으로 비급여 통제 및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적정진료 및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일본의 경우 공공성 기전이 확보돼 있어 혼합진료 금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안다”며 “보장성 강화를 어떻게 추진해야 재난적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별급여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모색중이라고 했다.

정재철 국민의당 전문위원은 “일본의 혼합진료 금지는 규제완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개보험’의 근간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의 의료제도는 보험자가 의료기관으로부터 계약을 통해 일련의 서비스를 구매해 피보험자에게 현물로서 급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도상 별도의 비용이 혼재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문위원은 “일본의 보험외병용요양비제도에서처럼 기존 현물급여체계와 별개의 항목미포함 비급여 및 기준초과 비급여 확대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계약제 하에서는 명목상 기준초과 급여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당연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김상희 국회의원은 “의료비 가계부담의 주범이 바로 비급여”라며 “건강보험으로 100% 진료가 가능한 모델병원을 도입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