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 큰틀의 일관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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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 큰틀의 일관성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7.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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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대비한 정책 방안 마련해야

인위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환자 피해와 병원 경쟁만을 양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금까지의 이벤트성·단발성 정책에서 탈피해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큰 틀에서의 보건의료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획기적인 재원투입 없이는 보장성 강화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개편 역시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는 1월11일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진단해보고 의료계 주요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보건의료 현안진단과 향후과제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지엽적 과제는 효율적으로 대응해 왔지만 큰 틀에서의 정책방향과 일관된 추진력이 부족했다는 중론이다.

특히 획기적인 재원투입 없이는 보장성 강화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개편 역시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정책 계획 보다는 메르스 등 보건이슈나 외부환경에 의해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일관성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최병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다. 답답하다. 정부가 주도해서 정책을 끌고 간다는 것 보단 외부의 힘에 의해 편승해서 진행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2017년 복지부 업무보고만 봐도 산부인과병원, 어린이병원 등 특별한 게 없다. 어딘지 모르게 정부는 침체돼 있고 병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지도 어려운 현실이다”고 전했다.

이평수 차의과대 교수 역시 “정책에 대한 방향과 프레임이 없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정책 기조가 매번 변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4대 중증질환, 3대비급여 국민부담 줄인 게 이번 정권의 성과라고 이야기 한다. 오히려 보장율은 떨어졌는데 지금 정책이라는 게 국민·의료계 목소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3대 비급여 개편 등 지금까지 손대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대 비급여 개편은 잘 한 일이지만 정책적인 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본인부담율을 낮추는 개선 역시 정부의 남은 과제다”고 말했다.

노연홍 가천의대 교수는 “다양한 보건의료직종과 단체가 있는 의료현실에서 미시적인 정책 위주로 끌고 가면 답이 없다”며 “큰 틀에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정책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의료공급체계 구축과 관련된 논의에서는 현재 정부가 진행중에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의료기관의 경영환경 개선 대안과 획기적인 재원투입 없는 인위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결국 국민의 피해와 의료기관간의 경쟁만을 양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이평수 교수는 “전달체계 정립과 개선을 위한 의료환경이 미비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전달체계 개편안은 환자 피해와 병원 경쟁만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은철 교수 역시 “인력확보와 수가가산 연동은 불가피하다”며 “1-2-3차 기능 의료기관 개념 도입은 시장 재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건강향상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마찬가지로 최병호 교수도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며 “환자쏠림은 당연한 현상임에도 개선에 대한 불필요한 강박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경쟁심화적 현실과 병원 경영의 요건을 인정하고 의료기관 개설요건을 강화하는 등 필요 규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에 참여해온 전병률 교수는 “획기적 재원투입 없이는 보장성 강화에 한계가 있고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중소병원의 경영환경 개선 대안 마련 여부가 향후 의료시장의 형국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러면서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 복지부는 적정규제를 통한 환자쏠림 현상 개선을 핵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불균형 해소 방안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의료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한 참여유도, 지방자치단체로의 권한 부여 등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노연홍 교수는 “민간중심 공급과 건강보험제도를 통한 통제에서 공급체계 왜곡의 원인 있다”면서 “공급자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인센티브·디스인센티브 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병원 참여유인이 적은 특정분야·지역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평수 교수는 “지역별, 과목별, 의료기관 규모별 불균형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가 지방의 취약지 운영자금 지원이나 간호인력 취업 지원자금 제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에 노연홍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책들을 세우고 실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박은철 교수는 “선거를 의식하여 무분별한 제도 남용과 의료정책 우선순위 판단이 불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 수요가 없는 진료과를 개선하고 외국의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한동운 한양의대 교수는 “환자 수요가 없는 일부 진료과 운영 방안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대만의 경우 단일 전공과목(technician)을 통해 통합된 의료기사 자격을 부여하고 다양한 행위를 담당하도록 유연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특정 교육 수료 후 지역내 의료제공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래 보건의료산업 발전과 관련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정부가 연구중심병원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은철 교수는 “대형병원이 의료기술 발전 노력과 재투자로 국민건강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연구중심병원에 많은 연구비 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에 노연홍 교수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의료산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교수는 “연구중심병원과 진료위주 병원을 구분하여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술 선도 역량이 부족한 만큼 민간·시장에 기술 개발을 맡기고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률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등 의료기술의 산업화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적 계획수립이 필요하다”면서 “규제 완화를 통한 환자유출 방지·기술발전 도모, 고의성 없는 범법행위(간호인력 확보, 영양사 고용 등)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정책 선도를 위한 병원협회의 향후 방향에 대한 조심스러운 의견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2017년 보건의료계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병원협회가 정부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만들어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연홍 교수는 “환자중심, 보건의료체계 지속 가능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병협의 역할과 고민이 필요하다”며 “환경변화를 예측해 병협이 부분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선도적 의견 제시와 양보를 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병원 발전과 국민의 지지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평수 교수 또한 “의료계 입장에서도 앞날을 바라보고 가는 방향성과 목표를 정해놓고 가야하지 이벤트성 정책에 편승되면 안된다”며 “병협도 프레임을 잡고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은철 교수는 “특별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병협이 정책을 선도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평가 △지속가능한 의료공급체계 구축 △의료불균형 해소방안 △보건의료와 의료산업 발전방안 △미래 보건의료정책 발전방안 및 병원계 비전 등 총 5가지 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개진됐다.

간담회에는 병원협회 박용주 상근부회장 비롯해 노연홍 가천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평수 차의과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전병률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병호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동운 한양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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