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당연지정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지 못하는 일부에 한해 비급여가 인정되고 있을 뿐, 대부분이 당연지정제하에서 수가의 통제를 받는다.
건강보험 수가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의료진의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행위를 보상해 주는 과정에서 각각의 행위별로 보상해 주거나 전체 진료과정을 하나로 묶어 포괄적으로 보상해 주는 방식이 있다. 행위별 수가와 포괄수가다.
건강보험 수가는 SGR 방식에 따라 매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 대표간 개별 협상으로 결정되고 있다. SGR은 2007년을 기준으로 인상이나 인하요인이 있는지를 살펴 수가수준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 본따 왔다.
2007년은 중증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이 크게 경감되는 등 보장성 확대정책이 탄력을 받았던 해라 의료공급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게 통설이다. 이같은 사실은 2007년이후 수가조정 결정상황을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수가조정에 소요될 재정부담 총액을 공단 재정소위원회에서 미리 결정해 놓고 유형별로 쪼개 놓은 다음 이를 근거로 각 유형을 압박하는 공단의 수가협상 전략과, 수가인상을 조세부담 증가로 인식하는 소비자 심리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의료공급자들은 저수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사이에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을 이유로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료와 같은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흡수시켜 의료공급자, 특히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가격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 수요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를 손대는 작업에 착수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의 추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의료기관 종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2011년부터 도입된 연구중심병원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래만 제한하게 되면 대형병원의 수지 맞추기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고, 기능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중소병원 역시 의료전달체계 개편방향에 따라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재정투입을 통한 수가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 논리로 접근하면 향후 의료공급체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정책추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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